대구가톨릭대 신학생 2인
'크리스티앙 엑쥐페리 앙바가 둔구아와 에리티에 르두트 폴로마요 잘루아'.
15자, 14자. 이름이 길어도 참 길다. 중앙아프리카 출신으로 검은 피부의 두 신학생이 사제 서품을 받기 위해 천주교 대구대교구를 찾았다. 아프리카에서 한국 그것도 대구까지 온 이유는 단 하나. 사제가 되겠다는 일념이다. 지난해 8월에 와서 한국어 공부, 음식, 문화에 잘 적응하고 있는 편이다.
18일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에서 서툰 우리말과 불어(통역의 도움)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이채로운 두 신학생을 만나봤다. 나이는 크리스티앙이 26세, 에리티에가 27세다. 호구조사를 해보니, 놀라운 대가족이었다. 아버지가 농장관리사인 크리스티앙은 4남3녀 중 다섯째, 아버지가 중앙아프리카 공무원인 에리티에는 4남6녀 중 셋째다. 둘은 놀란 표정의 기자를 보고, "보통 한 가정에서 5∼15명을 낳는다"고 웃었다.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난 둘은 신부가 되기 위한 수업을 착실히 받아가고 있다. 둘 모두 중학교 과정의 소신학교를 거쳐 반기(Banqui)교구 내 성 마르코 대신학교(철학과)와 카메룬 국제 대신학교(철학과)를 마치고, 사제 서품을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받기 위해 이역만리 한반도로 찾아온 것이다.
크리스티앙은 "이제는 김치, 라면, 된장찌개 다 잘 먹는다"며 "언어 장벽이 크기 때문에 빨리 의사소통이 원활하도록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에리티에는 "신학교 교수와 학생들이 친절하게 대해줘서, 적응이 빠르다"며 "빨리 본격적인 신학공부를 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중앙아프리카에서 대구까지 신부가 되고자 두 신학생이 찾아온 데는 20여 년째 현지에서 선교하고 있는 대구대교구 소속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출신 세 수녀의 도움이 컸다. 카타리나'율리에타 조'마리아나 세 수녀는 10년 넘게 이곳에서 선교를 하며, 크리스티앙과 에리티에가 대구행을 결심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대구에서 최소 3년 이상 신학공부를 하게 될 둘의 목표는 비슷했다. "대구대교구 소속 신학 유학생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신부가 될 것. 그리고 결국에는 사목연수를 받고 본국으로 돌아가 자국민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을 전하며, 사회에 봉사하면서 사제로서 소명을 다할 것."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에는 현재 이 둘을 포함해 4명의 중국 출신 신학생이 거쳐 갔다. 이들 4명은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신학과를 거쳐 로마 유학 또는 본국으로 돌아가 신부로서의 사역을 잘 감당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대신학원 김정우 원장 신부는 "앞으로 남미의 볼리비아 신학생을 양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며 "내전으로 불안한 상황인 중앙아프리카 신학생들이 이곳에서 공부하면서 희망을 찾고, 본국으로 돌아가 훌륭한 사제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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