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김천 바람재 군사기지 떠나며 정상반환
대구경북의 산 정상 곳곳에 설치됐던 미군 통신시설이 무인 시설로 전환하거나 폐쇄되면서 산 정상이 시민들의 품으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자신이 쏘아 올린 정찰 위성과 교신할 수 있는 군사통신시설을 한국의 산 정상 곳곳에 설치했다. 하지만, 통신기술의 발달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산 정상의 군사용 통신 및 레이더 기지는 무인 시설로 전환하거나 아예 폐쇄해 사라지는 추세다.
다행히 금오산 정상처럼 돌려받는 경우도 있지만 쓸모없이 버려진 채 민간인의 출입만 막고 있는 곳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방자치단체들은 군 시설이라는 이유로 기지 설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옛 기지
금오산 정상은 60년 동안 닫혀 있었다. 미군은 금오산 정상에 통신탑과 건물, 헬기장 등을 짓고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해 등산객들은 정상보다 10m 낮은 현월봉까지만 산행이 허락됐다. 1991년 통신기지가 무인시설로 전환되면서 미군은 떠났지만 군 시설은 그대로 남았다.
구미시는 2004년부터 주한미군과 통신기지 부지 반환 협상을 벌여 2011년 3월 금오산 정상 일부를 돌려받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여전히 통신기지 내의 철탑과 헬기장 등 돌려받지 못한 부지가 전체의 75%나 된다.
이용우 금오산 도립공원관리사무소장은 "일부 부지를 돌려받는데만 10년이 걸렸을 정도로 부지 반환은 어렵고 힘들다"며 "앞으로 금오산 정상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미군 측에 반환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천시 대항면 주례리 삼도봉에서 황악산을 잇는 바람재(해발 935m)는 40여 년간 미군 레이더 기지의 몫이었다. 10여 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었던 곳이다. 현재 이 기지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1990년대 중반 폐쇄되면서 20년 만에 원래 모습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남부지방산림청은 백두대간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5억원을 투입해 흉물로 남아있던 이 일대를 정상화시켰다. 이 일대는 무선 통신이 잘 터지면서 아마추어 무선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남아 있는 철탑들
17일 찾은 대구시 달성군 최정산(해발 905m). 산기슭에서 정상까지 좁은 아스팔트 도로가 이어졌다. 산 중턱에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알리는 경고판과 출입을 통제하는 관리소 건물이 남아 있다. 등산로 주변에는 지뢰 매설로 사고위험이 있다는 섬뜩한 경고판이 있다. 길을 따라 설치된 녹슨 철조망은 숲으로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을 막고 있었다. 최정산 정상은 탁 트인 평원이다. 봄이면 온갖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고, 가을이면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명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산 정상에 어울리지 않는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산 정상 8만2천644㎡를 차지하고 있는 옛 미군 위성추적소 시설물이다. 1970년대에 미군이 설치한 이 시설물은 1993년 폐쇄됐고, 이듬해 한국에 반환됐다. 땅은 돌아왔지만, 이곳은 여전히 낡은 군사시설들의 차지다. 정상 인근에는 군사용 통신시설과 KT에서 운영하는 중계소가 있고 군 병력 7명가량이 상주하고 있다. 정부는 천문 관측에 유리한 이곳에 천문측지연구 전문 천문대를 세우겠다는 발표까지 했으나 현재 흐지부지돼 있고 대구시나 달성군도 어떻게 추진하는지 모르고 있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상원산(해발 673m) 정상에도 아직까지 군사용 통신기지가 운영되고 있다. 상원산 정상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1954년 8월부터 제한구역으로 설정됐고, 통신 설비와 부대 건물, 헬기장 등이 조성됐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상원동 통신대라고 부르는 1개 소대 규모의 미군들이 1990년대 초반까지 주둔하다 철수했다"며 "최근에는 한 달에 3, 4회 정도 미군들이 시설 점검을 하기 위해 온다"고 했다.
안보와 직결된 군사시설인 탓에 산 정상에 자리 잡은 군 기지의 수를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지자체들도 현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미군이나 국방부가 설치한 기지를 무조건 돌려달라고 하는 건 무리가 있다"면서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반환운동을 벌이되, 사용하지 않는 기지 부지를 돌려달라는 식의 합리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달성'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김천'신현일기자 hyunil@msnet.co.kr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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