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버렸다. 동네를 살렸다.…철거 대신 공동체 복원
단독'다세대 주택을 철거한 후 고층 아파트를 짓는 천편일률적 재개발'재건축에서 벗어나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마을 공동체 복원 사업이 대구에서도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른바 '만촌동 해피타운 프로젝트'가 그 주인공. 주민들 스스로 마을공동체 생태계를 만들고 행정기관에서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대구 최초의 시도로, 앞으로 도심 단독주택 밀집 지역의 새로운 개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18일 찾아간 대구 수성구 만촌 1'2동 단독주택가는 분주했다. 19일 동네 시장(청구시장)에서 열리는 마을잔치 준비 때문이었다. 이곳 주민들에게 이날 마을잔치는 매우 특별하다. 기타'뜨개'장구'민요'요가 등 '마을 동아리' 활동을 통해 배우고 익힌 솜씨를 마음껏 뽐내는 자리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주민들은 동아리 공연 연습하랴, 국밥'부침개'막걸리 등 잔치 음식을 손수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앞서 지난해 말 수성구 만촌 1'2동에는 '느지마루'라 불리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이 생겨났다. 만촌동 해피타운 프로젝트의 첫 출발점이었다. (사)인문사회연구소(소장 신동호)가 만촌동(晩村洞)의 옛 지명 느지(늦게)에서 이름을 따 조성한 느지마루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주민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주민들은 단순한 문화 향유를 넘어 동네 곳곳에 있는 나대지를 주민들이 직접 텃밭으로 가꾸는 '도시농부' 활동과 마을 브랜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해동(65) 해피타운 운영위원장은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며 "하지만 주민들 간 소통하고 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나고 동네 기반 시설에 대한 행정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주변 동네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1월 만촌 1'2동을 해피타운 시범 지역으로 선정했으며, 이후 수성구청은 다양한 마을 기반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마을 공동체 복원 사업은 철거 일변도의 고밀도 재개발'재건축 개발 방식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특히 대구에는 남구 대명동'달서구 송현동(1.9㎢), 수성구 만촌동(1.8㎢), 두산동(2.4㎢) 등 아파트 위주의 재개발'재건축이 힘든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 즐비하다. 이에 따라 저층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주민 커뮤니티를 회복하는 마을 공동체 사업이 구도심 재생의 유력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단독주택 유지'관리 방안에 대한 용역을 대구경북연구원에 발주해 2013년 12월까지 마무리한다"며 "마을 공동체 복원 등 단독'다세대 주택의 형태는 보존하면서 주차장'도로 등 기반시설이나 방범'치안 설비를 강화하는 친환경(보존형) 개발 사업을 두루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