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애인의 날' 유감

입력 2013-04-17 15:26:26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은 1972년부터 민간단체에서 개최해 오던 '재활의 날'을 이어받아 1981년부터 정부에서 기념일로 정한 것으로, 올해로 제33회를 맞는다. 이날은 장애인복지법 제14조에 의하면,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하여' 정해진 것인 만큼 그 취지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날 벌어지는 일들에 관해서는 일정 부분 유감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대표적인 것으로 그날 매스미디어의 보도 관행을 들 수 있다. 올해에도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이 매스미디어에 소개되고 어쩌면 장애를 극복했다고 시상식이 거행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매스미디어에서 소개되고 수상을 하는 그 인물은 대단한 분들이다. 하지만 우선, 장애가 '극복'해야 할 '문제'인가에 대해 동의가 되지 않는다. 대개 부정적인 것들에 '극복'이라는 말을 붙이게 되는데, 이는 장애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중립적이고 심지어 긍정적이기까지 하다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영 불편한 부분이다. 또한 그 장애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하더라도, 장애인을 포함한 사람마다 능력이 다 다르고 더구나 우리나라의 많은 장애인이 사회의 물리적'사회적 장벽 때문에 교육받지 못하고 취업하지 못하며 심지어 결혼까지 못하는 상황에서, 위대한 분을 소개하면서 이런 사람을 본받으라고 하는 것은 많은 장애인에게 있어서 스트레스받는 일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장애인에게는 헬렌 켈러가 위인이 아니고 보기에 편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또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그날 주로 행해지는 비장애인의 '일일 장애 체험' 행사이다. 그래서 그날 많은 비장애인이, 어떤 경우에는 저명인사까지, 안대를 하고 흰 지팡이를 짚으며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체험한다든지 휠체어를 타고 지체장애인이 얼마나 힘든지를 몸소 경험한다. 여기까지는 그리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그 다음에 그 체험을 한 비장애인에게 소감이라도 물을라치면 천편일률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장애인이 이렇게 힘들게 사는지 몰랐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구나 "저 사람은 아마 속으로는 장애인이 되지 않은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말하겠지?"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필자를 포함한 장애인들은 씁쓸함을 넘어 슬슬 열받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녕 장애인을 이해하고 싶으면 장애인과 진솔한 대화를 하든지 차라리 2박 3일 동안 장애인과 함께하는 캠프에 참여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장애인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장애인 위인의 소개나 일일 장애체험 행사가 아니라, 일상의 생활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싶으나 그러하지 못하게 만드는 비장애인과 이 사회의 변화이다. '재활'되어야 하는 것은 장애인이 아니라 이 사회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진보적인 장애인단체에서는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 부르며 장애인을 둘러싼 이 사회의 차별과 억압을 없애라고 외치고 있다. 부디 올해가 '장애인의 날'이 더 이상 유감스럽지 않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조한진/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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