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과학·외·자사고 입시…1% 중학생은 벌써 경쟁 시작했다

입력 2013-04-16 07:10:55

고교 유형이 다양해지고 그에 따라 교육과정도 달라지면서 학생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고교 선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학영재학교인 대구과학고 학생들의 물리실험 수업 모습. 매일신문 자료 사진
고교 유형이 다양해지고 그에 따라 교육과정도 달라지면서 학생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고교 선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학영재학교인 대구과학고 학생들의 물리실험 수업 모습. 매일신문 자료 사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건 주요 교육 정책 중 하나가 대학 입학 전형 간소화다. 전형이 너무 복잡하고 많은 탓에 수험생, 학부모, 교사 모두 힘들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는 길만 찾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고교 유형이 다양화하고 고교 선택이 대학 진학 준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보편화하면서 어느 고교에 갈지 결정하는 것도 힘든 일이 됐다.

대학 입시에서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어느 때보다 이들 고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과학영재학교들이 하나 둘 원서를 접수하면서 고교 입시 열기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 고교의 입학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과 입시 전문가로부터 전형 방식과 준비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과학영재학교 입학 전형

과학영재학교에는 전국에서 0.1% 내의 최상위권 학생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나 의대에 들어가는 학생이 전국의 1% 내외라고 하는 걸 감안하면 과학영재학교에 들어가는 관문이 더 좁은 셈. 과학영재학교는 과학고와 다르다. 인접 지역 중학교 3학년만을 선발하는 과학고와 달리 6개 과학영재학교는 전국 중학생(1~3학년)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교육과정상 가장 큰 특징은 총 170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는 무학년'졸업학점제다.

모집 시기도 과학고와 다르다. 과학영재학교 중 경기'대전'광주과학고가 이미 원서 접수를 마쳤고 대구과학고가 17일까지,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서울과학고는 22일까지 원서를 받는다. 과학고 원서 접수 시기는 대체로 7월 이후여서 과학영재학교에 지원해 불합격하더라도 과학고 지원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과학고 입시를 염두에 두고 경험 삼아 지원하는 학생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90명을 최종 선발하는 대구과학고의 입학 전형은 3단계 과정이다. 1단계는 자기소개서, 영재성 입증 자료 요약서, 담임과 교과 교사 의견서, 학생부 등을 살피는 서류 평가다. 2단계는 수학과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영재성과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수학능력검사, 3단계는 교내에서 진행하는 과학 창의성 캠프 활동 평가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서울과학고의 입학 전형도 대구과학고와 유사하다.

입시 전문가들은 2단계 과정에서 당락이 갈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지식플러스 교육연구소 김기영 연구실장은 "평소 수학'과학 경시대회 기출문제 등을 풀더라도 여러 방식으로 답을 이끌어내는 연습을 해온 학생이라면 창의성을 좀 더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며 "수학과 과학 성적이 최상위권이어야 입학 후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과학고 측은 3단계 과학 창의성 캠프에서 어떤 활동을 하게 될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지원자들이 함께하는 탐구 학습, 학생 면담 등을 통해 서류에서 드러나지 않은 학생의 잠재력과 우수성을 살필 것이라고 했을 뿐이다. 또 필요에 따라 지원자의 출신 중학교를 방문해 해당 학교와 지원자를 면접할 수 있다고 했다.

대구과학고 김승홍 입학관리부장은 "일부에서 방문 면접을 하면 당락의 경계선에 있는 지원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이는 오해다"며 "지나치게 화려한 실적을 나열해 서류의 진실성이 의심되거나 충분히 우수한 학생처럼 보이는데 정작 서류 내용이 부실한 경우 등 방문 면접 목적은 다양하다"고 했다.

◆과학고, 외국어고, 자사고 전형

영재교육법에 의해 운영되는 과학영재학교와 달리 과학고는 초'중등교육법의 적용을 받는다. 대구경북의 과학고는 대구일과학고와 경산'경북과학고 등 3개교. 이들 고교는 대구외국어고, 경북외국어고, 지역 자사고와 함께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아직 전형 방식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전년도와 거의 같을 것으로 보인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은 대학입시의 입학사정관전형과 비슷하다. 기본적인 평가 과정도 서류 평가와 면접으로 같다. 입학담당관이 대입의 입학사정관처럼 학생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자기개발계획서, 교사 추천서, 학생부 등이 서류 평가 대상이다.

2011년 개교한 대구일과학고는 과학창의캠프를 열어 창의성과 종합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창의인재전형, 미래인재전형이라는 이름의 자기주도학습전형 등 2가지 방식으로 신입생을 뽑았으나 지난해부터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한다. 1단계의 서류(학생부, 자기개발계획서, 교사추천서) 평가, 2단계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과학영재학교와 마찬가지로 내신 성적 등이 합격권에 충분히 들 것이라 생각되더라도 입학 후 적응 여부를 고려해 신중히 선택하는 게 좋다. 수학과 과학 심화 학습 준비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학교생활이 힘에 부칠 수 있다.

대구일과학고 이승엽 입학관리부장은 "과학고이니만큼 입학전형 과정에서 과학과 수학 성적, 성적 변화 추이까지 살핀다"며 "봉사 정신도 눈여겨보지만 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들을 이야기할 수 있으면 될 뿐 교외에서 거창하게 벌이는 봉사활동에 참가한 것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구외국어고와 경북외국어고는 1단계 내신 성적과 출결 상황, 2단계에선 1단계 점수와 면접 결과를 더해 신입생을 뽑는다. 내신 성적은 영어만 고려하는데 2, 3학년 4개 학기 환산 점수의 합으로 산출한다. 면접 때는 ▷자기주도 학습 과정, 진로계획 및 지원 동기, 독서활동 등 자기주도학습영역 ▷학생부와 자기개발계획서 등에 나타난 봉사, 배려, 규칙 준수 정신 등 인성 영역을 고려해 지원자를 평가한다.

대구외국어고 서공주 입학홍보부장은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학생을 뽑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면접 과정에서 교과, 학습 관련 질문은 하지 않는다"며 "대신 입학 후 기숙사 생활을 하는 등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대부분인 점을 고려해 교우 관계 등 사회성을 중요하게 살펴본다"고 했다.

대구 자사고는 경신고, 경일여고, 계성고, 대건고 등 4개교다. 경신고는 전통적으로 성적이 우수한 중학생들이 몰리고 경일여고도 상위권 여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고교. 대건고는 연구교육(R&E) 프로그램, 고급물리와 비교문화 등 전문교과 프로그램을 잘 갖추는 등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계성고는 대구 자사고 4곳 중 유일한 남녀공학 고교다.

대구 자사고가 대구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경북 자사고인 김천고와 포항제철고는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자사고 운영 노하우가 많은 포철고는 서울대 등 명문대 진학 성적이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적이 뛰어난 대구 수성구 중학생들도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자사고는 1단계에서 교과 성적과 출결 성적(160점 만점), 2단계 경우 1단계 점수에다 서류 평가 점수 및 면접 점수(40점 만점)를 더해 총 200점 만점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대건고 이대희 교무부장은 "일부의 우려와 달리 자사고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대학입시의 변화 흐름을 감안한다면 고교를 선택할 때 학생 개인의 진로와 적성 외에 얼마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자사고가 그 같은 고민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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