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행복편지] 그립고 고맙고

입력 2013-04-16 07:18:18

그는 참 촌스러워요. 가끔씩 보여주는 웃음에서도 촌티가 나니까요. 그런데 왠지 그런 모습이 참 좋더군요. 사실 촌스럽다는 것은 그만큼 정감이 가고 때 묻지 않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저 역시 촌에서 태어났고 정서에는 늘 촌스러움이 묻어 있거든요. 그게 있다는 게 은근히 기분 좋기도 해요. 그만큼 사람 냄새가 난다는 말이기도 하거든요.

그렇다고 그가 도회적이지 않다는 것은 또 아니에요. 높은 빌딩에 앉아 있음 직한 말끔하고 세련되게 차려입은 럭셔리한 도시 남자들과는 다르지만, 도시 뒷골목 라이브카페 '우드스탁' 같은 곳에서 조용하게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한 모금 담배를 품어대며 기타 줄을 맞추는 그런 모습이 참 어울리는 남자랄까요? 그런 모습도 도회적인 모습의 일부니 그에게도 도시 이미지가 다소 보이긴 하지요. 물론 순전히 제 자의적인 상상일 뿐이니 괘념치 말아 주세요.

터치만 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일들을 다 알 수 있고 영상통화로 보고 싶은 사람을 당장 볼 수 있는 이 시대에 촌스러운 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죠? 문명이 발달하면서 채워지는 물질들 그러나 상대적으로 허전해지는 마음, 물질이 풍요로워질수록 사람들은 허무함의 종착지로 끝도 없이 달리는 시대랄까. 어쩌면 그 낯섦의 시간과 공간이 공존하는 시대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우연하게 듣는 그의 노래는 한순간 사람들을 무너지게 하는 거 같아요.

한이 섞인 듯 떨리는 그의 목소리에,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노래 가사에, 세포 하나하나에 들어앉은 음률에, 사람들은 평온함과 그리움과 감동으로 몸을 적신다 할까요? 그게 그의 노래죠. 그의 노래는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는 치유제로, 그리움과 추억을 되새기는 향수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지요.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그가 누군지 아시겠죠? 바로 '영원한 가객' 고 김광석이죠. 저의 첫 편지도 그의 이야기여서 좀 뜨끔하지만요, 지금 서울에서 그의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어서요.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그의 고향인 대구 중구 대봉동에서 올리고 서울 대학로로 입성했는데 반응이 상당히 뜨겁다는 전갈이에요.

대구가 대구뮤지컬페스티벌을 열면서 뮤지컬도시니 해도 사실 지금까지 대구의 뮤지컬이 서울에서 호평을 받은 예는 '만화방 미숙이' 정도로 미미하잖아요. 거기에다 대구 출신의 가수로 1990년대를 풍미했던 주옥같은 명곡을 불렀고 그의 삶과 노래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사랑받고 있으니까요.

현재 대학로에서는 그의 노래를 소재로 한 뮤지컬인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함께 많은 자본과 호화로운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대형 뮤지컬 하나가 나란히 오르고 있는데 거기에서 엄청난 선전을 하고 있다니 대견하죠.

공연을 보고 가신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 등에 감상평을 올리고 각 언론에서도 리뷰 기사가 많이 올라왔는데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더군요. 2013년 최고의 힐링 뮤지컬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속에서 김광석을 느끼고 그의 노래를 들으며 치유받았다고 하니까요.

그중에서도 참 마음에 와 닿은 리뷰가 있었지요. 국악 평론을 하시고 국악FM DJ로 활동하는 윤중강 씨 평인데요. "김광석은 금강석이다. 김광석 혹은 김광석의 노래는 '돌'처럼 보이지만, '다이아몬드'였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의미 부여를 한다면 김광석에게선 왠지 부디스트적 느낌이 나는데, 그의 노래와 가사가 마치 '금강경'의 현실적(생활적) 주해(註解)처럼 느껴진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김광석(혹은 김광석 노래)의 주석임에는 틀림없다."

두 번이나 직접 표를 사서 관람한 후에 쓴 그의 평을 읽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군요. '한 가수의 노래에서 금강경만큼의 깊이를 느낄 수 있구나. 그리고 뮤지컬이 그 주석이 될 수 있구나.'

어찌 됐든 대구 사람의 이야기와 노래가 대구에서 초연됐고 혼란스런 문명사회에서 뜨거운 햇살과 차가운 소나기를 피해갈 수 있는 나무 같은 뮤지컬이 서울에서 선전한다니 반가운 일이지요. 그것도 우리나라 연극과 뮤지컬의 본거지 서울 대학로에서 말이에요. 답답한 도시를 떠나 걷다가 이윽고 발견한 촌 들녘의 아름드리나무 같은, 현대인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뮤지컬이 대구에서 시작되었으니 참 행복한 일이죠. 그래서 그가 더 그립고 고마워요.

권미강/ 경북작가회의 회원·방송 구성작가 kang-mo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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