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人災… 위험 분류 1년째 손놓고 있다 '와르르'

입력 2013-04-13 09:13:26

"물 샌다" 수차례 민원…64년 축조 한계 수명, 3월 안전진단 \

경주시 안강읍 산대저수지 붕괴사고가 전형적인 인재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산대저수지가 재해위험시설물로 분류된 지 1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안전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것. 더구나 소규모 저수지의 경우 아무리 오래된 시설물이라도 육안으로만 안전검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추가 붕괴 사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산대저수지는 지난 3월 실시한 정기검사에서 안전등급 D단계로 진단됐다. 저수지의 평균 수명이 50년인 점을 감안하면 1964년 축조된 산대저수지는 이미 한계 수명에 다다른 셈이다.

주민들은 산대저수지가 이미 붕괴 조짐을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1년 전부터 둑 주위에 물이 새는 등 조짐이 이상했다"면서 "한국농어촌공사에 수차례 민원을 넣고 안전조치를 요구했지만 듣지 않더니 오늘 같은 일이 터지고 말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농어촌공사 규정상 저수지는 등급에 따라 진단방법이 다르다. 최고 저수량 50만t 이상의 1등급 저수지는 5년마다 한 번씩 정밀진단을 받게 돼 있지만, 그보다 규모가 작은 저수지는 분기별로 약식검사를 하는 것이 전부다. 약식검사는 관리자들이 육안으로 상태를 점검하는 방식이다. 사고가 발생한 산대저수지도 최고 저수량이 25만t 규모의 소규모 저수지여서 축조된 지 49년 동안 단 한 번도 정밀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저수지 붕괴사고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경북지역 저수지 663곳 가운데 저수지 한계 수명인 50년을 넘긴 곳은 470곳으로 70.8%에 이른다. 축조된 지 45년을 넘겨 수명이 거의 다 된 저수지도 35곳이나 된다. 반면 5년마다 한 번씩 정밀진단을 받게 돼 있는 1등급 저수지는 156곳에 불과하다.

실제 지난 2011년 한국농어촌공사 국정감사에서 국내 저수지의 87%가 30년 이상 된 노후 저수지이고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저수지가 20%를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밀검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소규모 저수지의 경우 안전 위험이 상존해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진상 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장은 "홍수 등 자연재해의 영향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저수지가 붕괴된 사고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역의 모든 노후화된 저수지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신동우기자 sdw@msnet.co.kr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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