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시간이 지날수록 새록새록 '가르침의 향기'

입력 2013-04-13 07:50:15

서암 큰스님 회고록, '그대, 보지 못했는가'

그대 보지 못했는가/서암 스님 구술'이청 엮음/정토출판 펴냄

서암 큰스님의 글을 엮은 책이다. 이청은 서암 큰스님과의 오랜 인연이 있어, 큰스님 열반 이후 '서암 불교'를 제자리에 세워놓겠다는 열정으로 글을 써오고 있다.

한국 최고의 선승(禪僧)으로 한평생 수행자로 살다간 서암 큰스님. 평생토록 한 선(禪) 수행을 바탕으로 사부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생활 선의 법문'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1993년 대한불교조계종 제8대 종정으로 추대되었으나, 재임 140일 만에 사임하고 떠났다. 2003년 세수 90세, 법랍 75세의 일기로 봉암사에서 입적했다. 열반송으로는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고 남겼다.

이 책의 제목이 된 '그대, 보지 못했는가'는 서암 큰스님의 '증도가' 해설 법문의 첫 구절이다. 큰스님은 글의 서문에서 "깨달음은 혼자만의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누구에게 나누어 줄 수도 없다. 이것이 진실이다. 그러나 이것만이 진실이라면 불교는 깨달음에 이르는 빼어난 진리이기는 하지만 종교가 될 자격은 없다. 종교란 가르침이 있고, 그것을 전파하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큰스님은 역설(逆說)적이지만 가르칠 수 없는 진리를 나누고 설파하라고 역설(力說)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7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 한마디라도 네 자신의 이야기를 해보라(나는 누구인가 등) ▷제2장 목숨을 걸고 길을 찾다(계룡산 토굴 속에서 여여한 마음을 보다, 봉암사 재건을 위하여 등) ▷제3장 잃어버린 붓다(경북 불교를 위해 고생 좀 해달라 등) ▷제4장 태어나기 전의 나는 무엇이었나(어머니 뱃속에 들기 이전에 그대의 생명은 어디 있었는가 등) ▷제5장 흔들리지 말고 살아라(누가 인생을 대신해 줄 수 있겠는가 등) ▷제6장 미국 부처, 인도 부처(아픈 상처 속에서 피어나는 미래 불교 등) ▷제7장 마지막 대화(감옥같은 선방, 선방같은 감옥 등).

저자인 이청은 이 책을 마치며, "서암 큰스님의 정신세계를 다비식의 불꽃 속에서 한줌 재로 태워 날려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우니 온갖 사슬에 묶여 있는 세상 사람들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 소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암 큰스님은 1914년 10월8일 아버지 송동식, 어머니 신동경 사이에서 5남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어머니가 '고목에서 꽃이 피고, 수많은 별들이 쏟아지며, 거북이 나타나는' 태몽을 꾼 다음, 경북 풍기읍 금계동에서 세상을 향한 큰 울음을 외쳤다. 당시 아버지는 일제 치하에서 풍기 일원의 독립운동단체 지도자로 활약했다. 441쪽, 1만6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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