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별미 즐기기] 제철 맞은 미나리

입력 2013-04-11 14:01:17

해진 줄기, 아삭 씹으니 입속 가득 봄향기

봄바람과 함께 '산해진미'의 계절이 시작됐다. 겨울을 이겨낸 봄나물이 향긋하고 상큼한 맛을 전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의 소문난 음식점마다 봄철 별미를 찾아 나선 맛객들로 붐빈다. 소문난 미나리 재배단지마다 향긋하고 아삭한 봄 미나리를 즐기려는 발길이 줄을 잇는다.

영덕'울진'포항의 명물 대게찜, 경남 통영과 거제도의 '도다리쑥국', 섬진강의 '벚굴', 서해안 태안반도의 '주꾸미' 등은 대표적인 '봄철 별미'다.

◆청도 한재 미나리 재배단지

봄 미나리는 입안에 봄의 향기를 선물한다. 연두색을 머금은 어린 미나리는 특유의 향과 싱싱함을 선사한다. 미식가들은 그 봄의 선물 덕분에 겨울을 털어내고 움츠려 있던 몸의 감각을 깨운다.

한재 미나리 단지에는 2월 말부터 성급한 손님들의 발걸음이 시작된다. 3, 4월은 본격적인 시즌이다. 한재 미나리의 향미를 즐기기 위한 미식가들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주말과 휴일에는 수백 대의 관광버스가 한재마을을 가득 메워 관광명소를 연상케 한다.

한재골 초입부터 미나리 식당촌이 이어진다. 한재 미나리 단지의 중심은 평양1'2리다. 한재 미나리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초현리, 음지리, 상리, 중리 일대 120여 농가(75㏊)로 확산됐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싱싱한 미나리가 가득하다.

생산량의 약 70%는 3월부터 현장에서 판매된다. 전국에서 주문요청이 들어온 택배 물량도 엄청나다. 미나리 가격은 ㎏당 9천원으로 결코 싼 편이 아니다. 하지만 성수기 때는 물량이 달려 현지 구매도 쉽지 않다. 미나리로 인해 다랑논 투성이었던 산골마을이 전국적인 부자 마을로 운명이 바뀐 셈이다.

한재마을 미나리 단지를 한 바퀴 돌아본 후 평양1리 '탐복 미나리 가든'에 자리를 잡았다. 평일이지만 자가용과 관광버스가 계속 밀려든다. 서상운(39) 사장은 "3월에 비해 요즘은 조금 한가한 편"이라며 "사실 한재 미나리는 4월이 돼야 통통해지고 줄기에 특유의 빨간색이 선명해지면서 향기가 진해져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귀띔한다.

성수기 때 일손을 돕고 있는 이정숙(55'청도군 화양읍 합천리) 씨도 "성급한 손님들은 미나리가 제대로 성숙하지 않은 3월부터 이곳을 찾는다"며 "편안하게 대접받으면서 한재 미나리를 제대로 즐기려면 지금이 제철"이라고 한다.

음지리 '한방 미나리' 비닐하우스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단체손님 30여 명이 삼겹살'미나리 파티를 벌이고 있다. 부산에서 온 정미숙(41'부산 남구 용호동) 씨는 "부산에서도 한재 미나리의 명성이 대단하다"며 "한재골에 직접 와야 한재 미나리 특유의 맛을 볼 수 있어 매년 이맘때 한두 번씩은 꼭 방문한다"고 한다.

윤정희(46) 씨는 "한재 미나리가 최고이다. 일단 한 번 드셔 보시면 안다"라고 소개한다. 이들은 한재 미나리와 삼겹살을 푸짐하게 즐긴 후 남은 미나리로 부침개를 만들고 있다. 한재 미나리 맛을 더 즐기기 위해 돌아가는 길에 버스 안에서 나눠 먹을 계획이란다. 역시 미나리 마니아들이다.

한재골 '한방 미나리' 주인 한상운(47)'김준영(44) 씨 부부는 맑은 물에 연신 미나리를 씻어낸다. "한재 미나리는 전국구"라며 "대구와 경주 등 인근 지역은 물론 부산과 마산, 서울, 인천에서도 단체손님이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관광객들이 3, 4월에 집중적으로 몰려 오지만, 한재 미나리는 씨 뿌리는 7, 8월을 제외하고 연중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청도 한재마을을 비롯해 대구경북에는 유명한 미나리 단지가 즐비하다. 경산 '육동 미나리', 가창 '정대 미나리', '팔공산 미나리', 경주 '무장산 미나리'와 포항 만석온천 부근의 '온천 미나리' 재배단지는 매년 봄철이면 유명 관광지로 변하고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