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에 맞서 의연히 일어난 학도들의 넋이여…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1960년 2월 28일 낮 12시 55분, 경북고 학생부 위원장 이대우 등이 조회단에 올라 격앙된 목소리로 결의문을 읽자 학생들은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 잠시 후 오후 1시 5분, "와" 하는 함성과 함께 경북고 학생들이 교문을 뛰쳐나왔다. 이들은 반월당 네거리를 거쳐 중구 포정동 경북도청(현 경상감영공원)으로 행진했다. 경북여고'대구상고'대구농고 등 다른 7개 고교 학생들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학생들은 경북도청 마당에서 "학원을 탄압 말라. 우리는 정당하다. 정의는 살아 있다"고 외쳤다. 바로 2'28민주운동이다. 학생들이 일어난 것은 당국이 일요일인 당일 등교를 지시해서다. 이날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던 야당의 선거유세장에 가지 못하게 하려고 시험'영화관람'토끼사냥 등 황당한 이유를 내세우며 학생들을 등교시켰다.
◆4'19혁명 도화선
2'28민주운동을 계기로 3'15마산의거와 4'19혁명이 일어났고,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이 물러났다. 1960년 대구 고교 학생들이 주도한 2'28민주운동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의 민주화 시위로 4'19민주혁명의 도화선을 제공했다. 독재와 불의, 부정부패에 맞서 분연히 일어난 어린 학생들의 땀과 피가 4'19민주혁명의 씨앗이 되고 디딤돌이 됐다.
2'28민주운동 정신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초석이자 근간임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또한 2'28민주운동은 대구정신의 상징인 동시에 역사적으로도 대한민국 시민민주운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2'28민주운동은 의(義)를 숭상하고 불의에 항거하는 대구 정신의 표출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 닥쳐올 위기를 극복하는 데 2'28정신은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2'28민주운동은 21세기를 헤쳐나갈 대구정신의 고갱이(사물의 중심이 되는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임이 분명한 것이다.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는 운동 53주년을 맞은 지난 2월 28일 기념식과 함께 2'28민주운동기념회관을 개관했다. 반세기 전 독재에 항거해 민권 의식을 고취시킨 대구 학생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그 정신을 기리는 기념공간을 선보인 것.
대구 중구 남산동 명덕초교에 문을 연 2'28민주운동기념회관은 반세기 전 독재에 항거해 민권 의식을 고취시킨 대구 학생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그 정신을 기리는 기념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크다. 그만큼 2'28기념회관이 앞으로 담당해야 할 몫도 막중하다.
◆2'28민주운동기념회관, 대구정신 배움터
무엇보다 2'28민주운동기념회관은 2'28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민주주의와 민권, 시민정신의 중요성을 제대로 환기시키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당시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각종 자료들을 빠짐없이 갖춰 간접적으로나마 그 열기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배움터가 되고 있다.
기념회관은 부지 1천25㎡에 지상 4층, 지하 1층(연면적 2천847.98㎡) 규모로 들어섰다. 1층은 역사적 사료와 체험관 및 영상시설 등으로 꾸민 전시관과 기획 전시실을 배치했으며, 2'3층은 열람실과 자료실을 갖춘 도서관, 4층은 청소년 교육장, 세미나실, 사무실 등 복합 공간으로 구성했다.
건물 중앙 부분에는 대구 두류공원에 있는 2'28기념탑 모형을 축소해 설치했고, 모형탑을 받치는 기단석은 한반도 형태로 설계해 2'28정신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또 기념회관 앞 화단에는 ▷느티나무(경북고, 대구농림고) ▷담쟁이넝쿨(사대부고) ▷향나무(경북여고) ▷소나무(대구고, 대구공고) ▷은행나무(대구상고, 대구여고) 등 2'28민주운동에 참여한 대구지역 8개 고교의 교목을 심었다.
앞서 1962년엔 명덕네거리에 2'28학생의거 기념탑이 세워졌다가 90년 두류공원으로 옮겨졌다. 대구시는 2003년 중구 공평동에 2'28기념 중앙공원을 만들었다. 앞으로 대구시는 2'28민주운동기념회관을 골목투어 코스에 반영한 것은 물론 삼성상회 터→박근혜 대통령 생가 터→국채보상운동기념회관으로 이어지는 가칭 '구국의 길 탐방로드' 조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세대들을 비롯해 대구 시민 모두가 2'28민주운동을 통해 대구 정신을 깨닫고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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