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는 한 국가가 보유할 때만 전쟁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다수의 국가가 핵무기를 가진 상황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자신도 핵 보복의 희생자가 되기 때문이다. 처칠은 이런 핵무기의 속성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처칠은 미국에 이어 소련도 핵을 갖게 되자 하원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새로운 공포는 인류 절멸의 평등 원칙을 초래할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리가 희망과 심지어 확신을 가지고 잠재적 파괴의 보편성에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핵무기로 싸우는 전쟁은 보호하려던 대상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스탈린도 이를 잘 알았다. 그는 1949년 8월 소련의 핵실험 성공 후 이렇게 말했다. "만약 전쟁이 터진다면 원자폭탄 사용 여부는 트루먼이나 히틀러 같은 인간들에 달려 있다. 국민은 이런 인간들이 권력을 잡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의 종말을 초래하지 않고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카스트로는 달랐다. 1962년 쿠바 사태가 케네디의 해상 봉쇄에 대한 흐루시초프의 굴복으로 종결되자 카스트로는 흐루시초프의 '비겁'에 분통을 터뜨렸다. 얼마나 화가 났던지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체 게바라의 말에 따르면 카스트로는 벽을 발로 차고 거울을 박살 냈다. 하지만 이 열혈남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성을 찾았다. 그는 훗날 미국 정치인 조지 맥거번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나라면 흐루시초프보다 더 강경하게 나갔을 것이오. 그가 타협했을 때 무척 화가 났소. 하지만 흐루시초프는 늙고 현명했소. 되돌아보면 그가 케네디와 함께 현명한 해결책을 찾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오. 당시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 아마 끔찍한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오."
카스트로가 연일 전쟁 위협을 하고 있는 북한에 자제를 촉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카스트로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5일 자)에 기고한 칼럼에서 "현재 한반도 상황은 쿠바 위기 이후 핵전쟁의 위협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며 "핵전쟁은 지구 상에 사는 사람의 70% 이상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정은은 이 늙은 독재자의 충고를 잘 새겨들어야 한다. 핵무기는 강성대국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소련도 그 많은 핵무기에 손도 못 대고 망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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