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불 피해지역, 더 나은 삶터로 거듭나야

입력 2013-04-10 07:57:15

포항의 도심 산림이 화상을 입은 지 한 달이 되었다. 화마가 지난 흔적이 곳곳에 남아 당시의 긴박했던 현장을 떠올리게 하고, 이재민들의 고통과 상실감이 온전히 치유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작은 불씨 하나가 부른 인재로 시작했지만 바짝 마른 날씨와 때마침 불어 닥친 강풍은 작은 불씨를 순식간에 대형 화마로 돌변시킨 자연재해와 다름없었다. 안전 불감증과 방심에 대한 자연의 시위이자 충고였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이런 재해재난이 발생하면 그로 인한 대부분 피해가 생활 형편이 고만고만한 서민들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지난 산불도 예외는 아니었다. 포항시가 이재민들의 생활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그 상실감을 채우기에는 부족함이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13억여원이 훌쩍 넘는 온정의 손길이 전국에서 답지했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는 물론 자원봉사도 이어졌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들이다. 비록 성난 자연의 위세에 상처는 입었지만 따뜻한 마음들이 상처를 보듬으며 화마를 이겨내고 있다.

바야흐로 만물이 생장하는 봄이다. 소중한 산림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봄철 산불은 이러한 자연의 섭리에도 반하는 재해이다. 이렇게 산불은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이 더 어렵고 중요하고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제 남은 과제는 지난 산불을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되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만드는 일이다. 다시 말해 산림 피해 지역에는 더 많은 산림을 조성해 도시의 녹색 쉼터이자 일터가 되도록 하고, 주택 피해 지역은 더 나은 생활 기반을 조성해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삶터가 되도록 하는 일이다.

오늘날 도시의 산림은 각종 분진과 소음은 물론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환경정화발전소이자 휴식과 건강과 치유를 제공하는 휴양 공간으로서 시민들의 건강하고 쾌적한 삶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보물 같은 존재로 현대인들에게 훌륭한 쉼터이자 삶터이고, 나아가 일터가 되기도 한다.

4월은 식목의 달이다. 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는다는 말이 있듯이 시민 모두가 '내 나무 갖기 운동'에 적극 동참해 도심에 시민의 숲이 하나둘씩 조성되기를 기대해본다. 시민의 숲이 공급하는 숱한 환경 서비스는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는 행복도시의 절대적 요소가 될 것이다.

시민 모두가 시련과 고통의 근대사를 간직한 잔인한 4월의 토양 위에 새로운 10년의 희망으로 자라날 내 나무를 심는, 의미 있는 4월이 되었으면 한다.

박승호/포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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