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방치 대구 성돌, 역사·관광의 주춧돌로

입력 2013-04-09 10:57:12

성돌 태생찾기 나선 중구청

8일 대구 중구청 도시경관과 직원들이 종로초등학교 한쪽에 모아 둔 대구읍성 성돌을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8일 대구 중구청 도시경관과 직원들이 종로초등학교 한쪽에 모아 둔 대구읍성 성돌을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5일 오후 대구 중구 종로초교. 운동장 한쪽에 조성된 소공원 주변 담장을 따라 15m 정도 길이의 2단 돌담이 세워져 있었다. 한쪽 귀퉁이가 잘려나간 돌부터 네모 모양, 동그란 모양 등 투박하게 생긴 수십여 개 돌들이 담장을 이루고 있었다. 크기도 직경 30~80㎝까지 제각각이다. 이 돌들의 기원은 무려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종로초교 화단을 장식하고 있는 돌들은 대구읍성을 구성하고 있던 '성(城)돌'이다. 대구읍성은 1736년 경상도 관찰사 민응수의 건의로 둘레 2천650m, 높이 5.6m, 폭 8.7m 규모로 만들어져 오랫동안 대구를 지키는 보호막 기능을 해왔다. 그러다 1907년 경북관찰사 서리 겸 대구군수 박중양이 일본인 상권 확보를 이유로 강제로 읍성을 철거하면서 수백만 개의 성돌도 뿔뿔이 흩어졌다. '신명여고 90년사'에 따르면 일부는 동산병원, 선교사 주택 등을 짓는 데 사용됐다. 지금도 선교사 주택 건물 계단이나 벽면 등에는 옛 성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나머지는 태생조차 알 수 없는 돌들로 도심 곳곳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

◆대구읍성 성돌 3만819개 발견=대구 중구청은 중구 도시만들기지원센터와 함께 100여 년 동안 방치됐던 대구읍성 성돌 '태생 찾기' 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읍성의 몸통을 이루던 성돌 흔적 찾기에 나선 것이다.

중구청은 지난해 4월 시작된 성돌 실태조사를 통해 모두 80곳에서 성돌로 추정되거나 확인되는 3만819개의 돌을 발견했다. 성돌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성벽을 쌓는 데 사용된 직경 40~70㎝의 연보라색 벽돌과 성문을 이루는 하얀색 장방형 모양의 화강암, 건물 기단이나 경계선을 만드는 데 이용된 폭이 좁고 긴 화강암 등이다.

세 유형의 성돌은 대구 도심 곳곳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교회, 학교, 문화재 건물 벽면, 계단을 이루는 석재로 사용되는 것은 물론 담장에도 성돌이 사용됐다. 또 개인 주택의 화분 장식용 돌이나 디딤돌로 사용되는가 하면 심지어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있거나 길가에 생뚱맞게 박혀 있는 돌도 있었다. 종로초교에서 발견된 95개 성돌도 지난달까지 종로초교 화단을 둘러싸고 있던 장식용 돌일 뿐이었다. 종로초교 관리원 박호준(67) 씨는 "길가에 굴러다니는 평범한 돌이라고 생각했다. 수백 년 전 읍성을 건설하는 데 사용된 유서 깊은 돌인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 사업 활용=태생을 찾은 '거리의 유물' 3만여 개 성돌은 향후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 사업에 쓰일 계획이다. 현재 회수나 기증을 통해 중구청이 확보한 성돌은 모두 98개. 중구청은 문화재 건물에 사용되거나 기증 가능성이 아주 낮은 2만1천여 개 성돌을 뺀 나머지 성돌들은 건물주와의 협의를 통해 기증받을 계획이다. 중구청은 확보한 성돌을 향후 읍성 상징물을 조성하거나 읍성 상징거리 경관을 꾸미는 데 사용해 성돌을 대구의 역사성을 표현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애써 모은 성돌을 분석'보관'관리할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구청에서 확보한 성돌 98개 중 11개는 현재 매일신문사 신문전시관에서 전시되고 있지만 나머지는 중구 2030 청년창업지원센터 주차장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다. 회수되지 않은 성돌 중 길가에 무방비하게 방치된 성돌도 다수다. 세종문화재연구원 김창억 원장은 "읍성돌을 안전하게 보관할 장소를 확보하고 일시적인 관리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성돌 진위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학과 전영권 교수는 "성돌 중 일부는 2차 가공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장 답사에서 발견된 성돌로 추정되는 암석과 성돌 채석장과의 관련성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는 고증작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중구청 양수용 도시관리과장은 "성돌 실태조사는 앞으로도 계속 이뤄질 것이다"며 "친일파와 일본인에 의해 철거된 대구읍성이 제 모습을 찾는 데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기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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