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범죄지도

입력 2013-04-08 11:09:45

영국 스코틀랜드 제2의 도시인 글래스고는 지난 2000년 시내 쇼핑가이자 환락가인 뷰캐넌 거리의 가로등을 전부 교체했다. 도시 경관 차원에서 기존 오렌지색 가로등을 푸른색으로 바꿨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시내 중심가의 범죄 발생률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이 결과에 주목한 일본 나라(奈良)시도 2005년 푸른 가로등을 설치해 범죄율이 30%나 줄어드는 성과를 얻었다.

학계에서는 푸른 가로등과 범죄 감소 효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며 반박하는 등 논란도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환경범죄학 관점에서 충분히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처럼 푸른 가로등이 범죄 심리적 접근을 통한 범죄 예방책이라면 주민이 스스로 범죄에 노출되는 계기를 줄이는 등 보다 능동적인 범죄 감소 방안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범죄예측지도(Crime spotting)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지역별 범죄 유형을 세밀히 분석한 범죄지도를 제작해 주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해 범죄율 감소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8년간 범죄 예보 정확도가 70%를 넘었다고 한다.

안전행정부가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범죄나 사고가 많은 지역을 지도로 표기한 '국민생활안전지도'를 제작,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산사태'침수 등 자연재해와 교통사고, 성폭력 등 강력 범죄, 학교폭력 등을 지도로 표기해 공개한다는 것이다. 시범 운영을 거쳐 2015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부의 범죄지도 공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지역별로 범죄 발생률 등이 비교 공개될 경우 이미지 추락이나 집값 하락 등 사회적 파장이 커질 수 있어서다. 그동안 국회와 경찰청 등이 범죄지도 제작을 검토했다가 반발로 무산된 적도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범죄지도 공개를 계기로 취약 지역에 대한 행정력 보강 등 장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2009년 서울시 주최의 세계도시 CIO(최고기술경영자) 포럼에 참석한 샌프란시스코 CIO 크리스 베인은 샌프란시스코의 '데이터SF'(DataSF) 서비스를 소개하면서 시민들이 가공되거나 수정되지 않은 공공의 모든 자료를 활용하는 도시 정보화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의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예측 가능한 사회가 가능해진다면 범죄지도 또한 더 이상 미룰 일만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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