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책 참 안 읽는다'란 말을 여기저기서 자주 듣습니다. 대학생들 스스로도 인정합니다.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책보다는 더 재미난 것이 많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다 합니다. 그 어떤 이유든지 이제 더 이상 청년들에게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마광수 교수가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수업 교재를 사지 않으면 학점을 주지 않겠다는 공지를 해 논란 아닌 논란이 일었습니다. 학생들은 교수가 자신의 책을 사라고 강요한다고 비난했고, 교수는 학생들이 커피 살 돈은 있으면서 책 살 돈은 없다는 태도가 이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논란에서 누가 더 과했느냐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의미심장한 사실은 하나 남겼습니다. 바로 학생들이 '책을 사지 않는 것'입니다.
청년들은 왜 책을 읽지 않을까요. 스마트폰 때문에? 취업 문제 때문에 바빠서? 전공 공부만으로도 벅차니까? 이 모든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핵심적인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세상을 혐오하지 않는다면,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지."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전운동과 여성 및 민족해방운동이 연속적으로 일어난, 1968년 당시 유행했던 노래 가사 중 한 구절입니다. 오래전 어느 책에서 이 문구를 발견하고, 한참 쳐다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나는 세상을 혐오하고 있을까, 아니 같은 말로 나는 세상을 사랑하고 있을까?'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에 완전히 만족하지도 않았고, 또 그렇다고 세상을 심각하게 혐오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때 이 사람들은 왜 이런 말을 하고, 이런 노래를 부른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이 시대가 더 암울하고 불행했기 때문일까요, 더 많은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한 시대였기 때문에? 분명 이유가 될 겁니다. 50년 전의 불만과 고민들은 지금 많은 부분 해소되었으니까요. 지금은 일상의 당연한 일들이,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싸워서 쟁취해야만 하는 일이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 본다면 아리송해집니다. 수많은 노예가 있었던 이집트의 사회를 생각해 보면 왜 그들은 이런 노래를 부르지 못했나란 생각이 들죠. 분명히 그들이 겪었던 사회적 모순과 불행은 1960년대의 불행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진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책을 읽지 않는 이유', 우리가 '세상을 혐오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 이유'는 바로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아마 1960년대 그 노래를 불렀을 젊은이들은 세상이 부끄러웠을 것이고, 그런 세상에 살아가는 자신이 부끄러웠을 것 같습니다. 일종의 책임감이자, 소명 의식이 없다면 절대 생겨나지 않았을 감정이 바로 '부끄러움'이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학생운동이 한창이었던 한국에서 자주 외치던 소리 중 하나는 "부끄러운 사회를 물려주지 말자"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자"였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청년들에게 그런 소명 의식, 부끄러움이 존재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누구에게도 빚지고 싶지 않아 하고, 또 누구에게도 빚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세대. 바로 지금의 청춘들이기 때문입니다.
점점 파편화되고 개인화된 변화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청년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히, 사회에 대해 구조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관심이 없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부끄러움'을 배웠으면 좋겠고, 또 사회는 청년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쳤으면 좋겠습니다. 무작정 다그치는 모욕이 아닌, 상처로 남는 수치가 아닌,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시작된 '부끄러움' 말입니다. 이 사회를 혐오하면서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 기회, 이 세상을 만드는 것은 바로 당신이라는 '주인 의식'을 말입니다.
대구경북 대학생문화잡지 '모디'편집장 smile5_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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