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도 연대보증 폐지…200만 '금융노예' 해방

입력 2013-04-04 10:17:47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 모(45) 씨는 지난해 연대보증을 섰다가 채무자로 전락해 금융회사에 2천만원을 대신 갚았다. 이씨는 "처지가 딱한 지인이 여러 차례 부탁을 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연대보증을 섰다. 그런데 어느 날 금융회사로부터 빚을 대신 갚아야 한다는 상환 독촉이 들어왔다. 갑자기 목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 대출을 내 빚을 대신 갚았다"고 말했다.

연대보증은 자신뿐 아니라 친척, 친구 등 주변 사람들까지 빚의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가는 '금융의 독버섯'으로 지목돼 왔다. 혈연이나 인정에 묶여 연대보증을 섰다 자신도 모르게 막대한 빚의 노예로 전락해 버리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2금융권에 남아 있는 연대보증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개인이나 중소기업인들이 연대보증에 발이 묶여 채무상환 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재기의 기회마저 박탈하는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다.

◆연대보증은 노예계약

연대 보증의 폐해는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는 금융권의 연대보증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워 사업을 하다 망하면 바로 노숙자로 전락한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높았다.

중소기업 대표로 재직할 당시 회사에 대해 연대보증을 섰던 김 모(60) 씨는 퇴임 후 경영권과 보유 주식 등을 후임 대표에게 양도한 뒤 금융회사를 방문해 대표자 변경에 따른 연대보증인 교체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회사가 어려워지자 금융회사는 전 대표인 김씨를 대상으로 예금을 압류하는 등 추심행위를 했다.

금융회사가 담보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관행처럼 연대보증을 요구한 탓에 발생한 부작용이다. 금융위원회가 2011년 12월 IBK경제연구소에 의뢰해 420개 신생 중소기업의 금융환경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5.1%가 직·간접적으로 연대보증의 폐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연대보증의 병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18개 국내은행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개인사업자 연대보증을 원칙적으로 폐지했다. 금융기관 대출이 있는 개인사업자는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연대보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제2금융권 연대보증도 폐지

서민과 중소기업이 주로 찾는 제2금융권은 여전히 연대보증 개선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현재 제2금융권의 연대보증 규모는 대출 연대보증 51조5천억원, 이행 연대보증 23조3천억원으로 전체 거래액의 14%에 달한다. 대출 연대보증인 141만명, 이행 연대보증인 55만4천명 등 200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연대보증이라는 족쇄에 매였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내 제2금융권의 연대보증까지 완전히 없애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연대보증 전면 폐지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상태다.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금융회사가 연대보증에 의존하려는 탓에 패자부활이 안 되고 있다"며 연대보증에 칼끝을 겨눴다. 박 대통령의 의중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강조됐다. 신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연대보증은 원칙적으로 없앤다. 제1금융권은 이미 폐지했고 이번에 2금융권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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