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가시를 박고 살다가
자글자글 불에 구워져
내 밥상에까지 왔구나
누군가 소금까지 뿌렸구나
얼마나 아픈 세월이었느냐
이제 가시를 발라주마
가시가 없는 준치가 가시 있는 물고기가 되고 싶다는 사연을 접한 용왕은 모든 물고기들에게 가시 하나씩 빼어주라는 교지를 내린다. 수많은 가시 이식 수술을 견디다 못한 준치는 급기야 도망을 친다. 물고기들이 따라가며 왕명을 완수하는 바람에 꼬리에까지 가시 많은 고기가 되었다. 옛 이야기에 나오는 나눔 정신이다.
인간 세상이 만들어낸 이야기라 생각하면 달리 볼 수 있다. 가시는 고통의 적합한 비유이다. 고통을 모르는 준치가 고통을 당하는 물고기들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자처하고 나선다. 서로 자신의 고통을 나누어주려고 한다. 결국, 너무 많은 고통을 안게 되자 준치는 줄행랑을 친다. 이쯤 되면 고통분담이 아니라 고통전담이다.
백석은 이야기 동시 「준치가시」로 재구성하면서 막판에 가서 준치를 옹호한다. 물고기들의 나눔 정신을 생각하면서 먹을 때 가시가 많더라도 나무라지 말라고 당부한다.
오늘 소개하는 이 시는 시인이 의성 산수유 마을로 꽃 나들이 다녀오는 길에 들려준 신작 시다. 고등어의 고통을 통째 덜어주려는 마음이 희화화된 것처럼 느껴져 웃음 짓게 하지만 상갓집인 듯 입을 가릴 수밖에 없게 만든다. 우리 마음에 박힌 가시들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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