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어가 그리운 영어거리!

입력 2013-04-03 07:07:35

대구 수성구의 중심인 범어네거리 지하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영어공용화 지역인 대구 'E-Street'가 있다. 그러나 대구 'E-Street'는 문을 연 지 1년이 지난 지금 주말에조차도 오고 가는 행인조차 드문 사실상 실패한 거리가 되어 버렸다.

대구 최고, 전국 최고의 교육환경을 갖춘 수성구에 걸맞은 아이템으로 방문자들이 직접 영어를 구사하면서 실제로 시설을 이용하거나, 쇼핑을 하는 이색 특화거리이므로 늘 외국인이 북적대고 영어권 문화를 몸으로 느끼려는 사람들로 붐빌 것으로 생각했는데 결과는 너무 달랐다.

'E-Street'는 출발 당시부터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었다.

그 첫 번째가 'E-street' 구간의 접근성 문제였다. 'E-street' 구간의 출입구는 모두 주상복합 아파트 쪽으로만 개방되어 있어서 일반 시민들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듯 내국인의 접근성도 떨어지는 곳에 외국인들이 올 리가 만무한데도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했으니 실패는 불 보듯 뻔했다.

둘째로, 독특하고 창의성 있는 콘텐츠 부족이다. 칠곡 영어마을 등 대학이 운영하는 영어마을이나 미8군 영어캠프, 그리고 기타 기관의 영어마을이 다양한 시설과 콘텐츠로 무장하고 집중 연수과정을 채택하고 있어 연수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반면, 대구 'E-Street'는 협소한 시설과 상거래 중심의 영어연수, 그리고 소극적이고 산만한 연수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어 연수 효과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의문이 많았다.

셋째로, 공용 지하도인데다가 활용이 특화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용지하도인데다가 아파트 입주민 중심으로 왕래가 이루어져 출입 인구가 바로 영어연수 고객으로 연결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협소한 지하도 구간임에도 일부는 문화거리로, 일부는 영어거리로 운영함으로써 거리에 대한 특화와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었다.

이 밖에도 영어교육의 경험이 일천한 사업자의 제안에 전적으로 의존한 점 등 여러 가지 실패 요인이 있었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점검해 보지도 않고 사업을 추진한 대구시의 자세도 실패에 단단히 한몫을 했다고 할 것이다.

지금 영어거리에는 영어도 없고 사람도 없다. 한마디로 '영어가 그리운 영어거리'가 되어버렸다. 오직 조금이라도 적자를 보전하고 명예롭게 퇴진하기를 원하는 운영자와 새로운 운영자를 찾아 범어네거리 지하도를 활성화시켜 보려는 대구시의 길고 긴 줄다리기만 있을 뿐이다.

민간사업자는 엄청난 재산상 피해를 봤고, 대구시 역시 정책발굴과 추진에 있어 부끄러운 오명만 남겼으니 지금 시점에서 임대료를 면제해 준다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한다 한들 이미 서로의 신뢰와 기대를 되돌리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범어네거리 지하공간을 살리고자 한다면 정책의 발굴과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 대구시가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이상 'E-street'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방치한 채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는 시도는 아예 말아야 한다. 앞서 많은 사람들이 예견했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하도 활성화를 위해 지하도 진'출입로를 추가 개설할 필요가 있으며, 현 상황에서 영어거리가 경쟁력이 없다면 경쟁력 있는 다른 콘텐츠로의 리빌딩(Re-building)도 필요하다. 또 특화거리가 되어 자생력을 가질 때까지는 각계의 지원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모든 것을 두고 사업자와 대구시가 선해결이 필요한 부분과 추후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분명히 해 단순히 영리사업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공익사업의 측면을 감안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예견된 실패를 재차 반복한다면 더 이상 대구시민들은 대구시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E-street'를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 것인지, 한낱 돌멩이로 버려둘 것인지는 전적으로 대구시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범어네거리 지하도는 '영어가 그립고 외국인이 그리운 거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범어네거리 지하도에서 새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정순천/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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