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동 진화 실패가 키운 포항 용흥동 산불

입력 2013-03-11 11:27:55

9일 오후 발생한 포항시 용흥동 일대의 산불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재앙이었다. 철없는 중학생의 불장난이 대형 산불로 번지면서 시민이 죽거나 다치고 가옥 50여 채가 불타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무엇보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이 화마에 위협받는 위급한 상황인데도 당국은 안이한 판단으로 우왕좌왕하면서 위기대응 능력에 허점을 드러낸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날 산불은 건조한 날씨에다 초속 15m가 넘는 강한 바람, 연일읍 산불 등 악재가 겹치면서 피해가 커졌다. 하지만 불이 계속해 번져간 지역이 주택단지가 밀집한 도심이라면 소방력을 한곳에 집중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함에도 포항시와 소방 당국은 이를 간과했다. 연일읍 산불을 동시에 진화하려고 소방 헬기를 분산시켜 결국 두 곳 다 실패하는 등 미숙한 진화 전략은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화재는 시간싸움이다. 이날 산불 최초 발화 시각 이후 1시간이 지났는데도 진화에 나선 소방헬기가 고작 1대였다는 것은 사실상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포항시의 부족한 소화전과 급수 체계, 허술한 광역 소방 체계, 소방차 현장 접근을 어렵게 한 차량 정체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긴급대피령 등 드러난 여러 문제점은 이번 기회에 심각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난 주말과 휴일 전국적으로 약 30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건조한 봄철에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우거나 등산객이 버린 담배꽁초, 영농 쓰레기 소각 등이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당국은 이런 행위를 법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위반시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당국은 이번 용흥동 화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져 개선점을 찾아내고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피해 복구에 한치의 빈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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