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 마! 울진∼경주 바다 불법 조업

입력 2013-03-09 08:00:00

'바다의 경찰' 해경 경비정 동승기

포항해양경찰서 경비정 P-93정의 직원들이 5일 항로 바깥에서 조업하고 있던 한 선박을 검문하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경비정 P-93정의 직원들이 5일 항로 바깥에서 조업하고 있던 한 선박을 검문하고 있다.
압수한 암컷 대게와 체장 미달 대게 등 1천여 마리를 한 어선의 도움을 받아 해상에 방류하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경비정 P-93정은 해경 6명, 전경 4명이 승선원 전부인 작은 배다.
압수한 암컷 대게와 체장 미달 대게 등 1천여 마리를 한 어선의 도움을 받아 해상에 방류하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경비정 P-93정은 해경 6명, 전경 4명이 승선원 전부인 작은 배다.

지난해 암컷 대게, 속칭 '빵게'를 잡거나 유통하려다 포항해양경찰서에 붙잡힌 숫자는 모두 38건에 53명. 올해도 3월 현재까지 총 18건에 20명이 검거됐다. 암컷 대게 포획, 공조 조업 등 해양 범죄는 한 어종의 멸종까지 가져올 만큼 미래를 앗아가는 행위다. 최근 해양경찰은 이처럼 어족 자원을 고갈시키는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며 특별 단속 활동을 펴고 있다. 해양 불법 근절을 위해 하루하루 전쟁을 펼치는 포항해양경찰서 경비정에 같이 타 이들의 일상을 살펴봤다.

"OO호 들립니까? 본 정은 포항해양경찰서 소속 P-93정입니다. 잠시 검문이 있겠으니 본 정 지시에 따라주세요."

5일 오후 8시쯤 포항에서 동쪽으로 16km 정도 떨어진 바다. 해경 경비정이 어둠 속에서 조업하던 한 어선으로 다가갔다. 기존 항로를 벗어나 조업을 하던 어선이었다. 어선 주변을 두 번 돌며 확성기로 경고 음성을 보내고 나서 천천히 경비정을 가까이 댔다. 검문에 나서기 전 한 해경은 "보통 어두운 밤에 남들 없는 곳에서 작업하는 배는 대부분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육지에서의 불심검문과 달리 바다에서의 검문은 과정이 더 복잡하다. 자신의 신분을 먼저 밝히고 검문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부분까지는 어느 곳이나 똑같다. 다만 이후부터는 상대편 배에 홑줄(배와 배를 연결하기 위한 밧줄)을 걸고 배 사이에 스펀지로 만든 완충재를 끼워 주변 안전을 확보하고 나서야 비로소 용의 선박으로 넘어가 검문을 할 수 있다. 이날 약 30분에 걸친 검문이 끝나고 다행히 별다른 이상이 나오지 않자 원래 항로에 복귀하도록 계도하고 나서 두 배는 다시 멀어졌다.

포항해경 경비정 P-93정 최재호(53'경위) 정장은 "바다에서, 그것도 어두운 저녁 시간에 범죄 행위를 단속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안전 확보도 문제지만 워낙 돌발 변수가 많아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오전 출항한 P-93정은 전날 운항한 경비정과 인근 관계기관들과 업무 인수인계를 마친 후 곧바로 해안 경비에 들어갔다. 첫 임무는 항로에 있는 그물 등 폐기물을 거둬가는 일. 특히 폐그물은 다른 선박의 스크루 등에 감기며 기관 고장 등을 일으킬 우려가 굉장히 커 경비정으로서는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요소다.

이 밖에도 해경 경비정이 하는 일은 무척 다양하다. 선박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의료를 행하는 인명구조선으로, 화재가 나면 진화선으로, 범죄가 나면 범인 추적용 선박으로 그때그때 모습을 바꾼다.

현재 포항해경의 경비함정은 모두 20척인데, 250t급 이상은 '함', 그 미만은 '정'이라고 부른다. 멀리 울진에서 경주까지 동해안 일대를 이들 경비함정이 모두 담당하고 있다. 물론 덩치가 큰 함은 경계수역 등 비교적 먼바다로 나가며, 정은 가까운 연안 일대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가장 주된 범법 행위는 암컷 대게나 체장 미달 대게, 고래 불법 포획 등 조업과 관련된 일이 많다. 해경으로서도 매년 집중 단속에 나서는 부분이지만 범인 검거는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불법 조업은 주로 밤에 이뤄지며 잡은 어류를 바다 속에 숨기고 있다 해경 측이 다가오면 버리고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기에 최대한 은밀하게 덮치려고 노력하지만 장시간의 추격전 끝에 범인을 검거하더라도 바다에 버린 증거물을 다시 추적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마련이다.

이날 오후 3시쯤 P-93정은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이가리 동쪽 8km 해상에서 전날 압수한 암컷 대게 등 1천여 마리를 방류했다. 한 달에 3~4번은 이렇게 압수한 불법 포획물을 수온과 환경 등이 가장 적절한 곳에 방류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방류하더라도 정작 살아남는 수는 20~30%가 고작이다.

최 정장은 "한 번 잡아올린 포획물은 아무리 비슷한 곳에 다시 방류하더라도 생존 확률이 극히 낮아진다. 불법 어업이 기승을 부리는 한 아무리 철저한 단속을 해도 어족 자원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도 사후 단속보다는 사전 계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어업인들도 자신의 목줄을 죄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스스로 바다를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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