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방관이라, 구급대원이라 행복하다

입력 2013-03-08 16:00:52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갑자기 쇼크로 쓰러지는 상황이 설정되고 119에 신고를 하면 구급차가 쏜살같이 달려와서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여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번호는 119이다. 어느덧 119는 시민의 사고와 일상에 깊이 인식되어 위급한 순간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고 가장 먼저 손을 뻗는 포괄적 의미의 수호천사가 된 것이다.

119가 1990년대 초반까지는 불을 끄는 소방차를 연상시켰다면, 지금은 119구급차를 함께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단기간에 119란 브랜드를 구급 활동에 초점을 맞추게 된 이면에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구급대원의 고초가 있었고 그 노력은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대구는 2012년 기준으로 49대의 구급차에 300여 명의 구급대원이 배치되어 6만여 명의 환자를 이송하였다. 그 중 급성심정지를 포함한 중증환자는 1만1천여 명으로 전체 이송 인원의 18%를 차지한다. 이런 중증환자는 적합한 응급처치가 생명의 소생 여부를 결정하므로 응급처치에 따르는 절대적인 인력 대비 현실(1차량 2인 체제)은 너무나 열악하였다. 구급대원 2명이 출동하여 한 명은 운전하고 나머지 한 명이 응급처치를 담당했었다. 특히 심정지환자는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었다.

1차량 2인 체제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체중이 80kg 이상인 환자가 쓰러져 있으면, 매번 2명의 구급대원이 들것으로 환자를 옮겨야 하고 들것의 무게 50kg까지 합치면 약 130kg 무게를 감당하여야 한다. 둘이서 130kg쯤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2년도 달서소방서 구급대원 건강검진에서 구급대원의 82%가 '이상' 소견자였으며 그중 39%가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이에 따라 달서소방서는 대구경북 최초로 구급차 1대당 구급대원 3명 탑승을 목표로 업무를 추진해 왔다. 구급대원의 손길을 늘려 양질의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달서소방서에서는 2012년 구급차량 9대에 55명이던 구급대원을 2013년에는 75명으로 보강하고, 대구경북 지역 최초로 구급대 1차량 3인 체제를 도입하여 2월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다.

한정된 소방대원으로 1차량 2인 체제를 3인 체제로 만드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 '멀티 소방관' 양성이라는 대책이 나왔다. 멀티 소방관은 다양한 업무가 가능한 소방관을 지칭하는 소방관련 신조어로, 하루 평균 6회 이상 출동하는 구급 현장에서는 응급처치하고 상대적으로 발생 빈도가 적은 화재 현장에서는 화재진압대원도 되는 것이다. 소방공무원 신규임용자 기본교육과정에서 2급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멀티 소방관'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열악한 구급 환경과 부족한 구급인력이 점차 확보되어 CF 카피처럼 '소방관이라 행복하고, 생명을 구하는 구급대원이라 더 행복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앞당겨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구달서소방서장 정병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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