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청산-회생' 운명 쥔 법원 '파산부'
"○○주식회사 특별조사기일 및 제2, 3회 관계인 집회를 개최하겠습니다. ○○주식회사 관리인 나오셨습니까. 다음으로 채권자 출석 확인하겠습니다…."
파산부 집회(재판)의 모습이다. 다른 재판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름도 재판이 아니라 '집회'다. 채무자나 관리인이 변제 계획을 발표하고 채권자들이 실현 가능성 등을 묻고 답하는 등 채권'채무자가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파산부는 뭐 하는 곳?
파산부는 '파산'이라는 용어 때문에 개인이나 법인을 파산, 해체해버리는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준다. 그러나 파산부는 파산이나 회생 신청을 한 법인의 회생을 최대한 돕거나 파산에 따른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공정하게 나눠주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파산부 업무는 크게 법인회생절차와 법인파산절차 등 두 가지로 나뉜다. 법인회생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산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에 대해 채권자, 주주'지분권자 등 여러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꾀하는 제도다. 법인파산은 회생이 어려운 채무자의 부동산, 동산 등 모든 재산을 돈으로 환산해 공정하게 나눠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회생절차는 사업의 재건과 영업의 계속을 통한 채무 변제가 주된 목적이고, 파산절차는 채무자의 재산을 처분하고 가격을 환산해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것이 목적이다.
회생 및 파산 사건은 민사재판부에서 담당해오다 1990년대 후반 파산, 회생 사건이 폭주하면서 '파산부'로 독립했다.
◆대표적인 지역 파산, 회생업체는
파산부를 보면 지역 기업의 역사와 흥망을 알 수 있다. 어떤 기업이 언제 쇠해서 문을 닫았는지, 또 언제 기사회생해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것. 실제 대구지방법원 파산부를 통해 파산 또는 회생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우방(2000'2009년), 갑을(2003년), 오리온전기(2003년), 태왕(2009년), 한라주택(2011년), 에스디건설(2012년) 등이 있는데, 이 중 우방은 2000년 회사정리, 2009년 C&우방일 때 회생 등 두 번 파산 및 회생 절차를 거치기도 했다.
대구지법에 접수된 법인회생 건수는 회사정리법, 화의법, 파산법 등으로 나뉘어 있던 도산 관련 법률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로 통합된 2006년 5건에서 2007년 16건, 2008년 37건, 2009년 75건 등 해마다 2, 3배 증가하는 등 급증하다가 2010년 59건으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2011년 65건, 지난해 75건 등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는 2008년 중반 미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2009년 법인회생 접수가 급증했고, 2010년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다 최근 건설경기 및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유동성 부족을 견디지 못한 회사들의 회생신청이 늘어나면서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종결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일반적인 회생절차상 회생계획 수행기간은 최장 10년으로 돼 있다. 채권자들의 동의, 회생계획 수립이 어려운 경우 신청 후 인가받을 때까지만 1년 6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신청 후 1년 6개월이 지날 때까지 회생계획 인가가 되지 않으면 회생절차를 폐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채무자의 회생계획 수립까지의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고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기도 어렵지 않을 경우 5, 6개월 만에 회생계획이 인가되고 회생계획 수행에 들어갈 수 있다.
지역의 경우 신청에서 종결 때까지 짧으면 1년, 길면 5년 이상 걸렸다. 한 회생사건의 경우 2006년 통합도산법 시행 후 아직 종결하지 못한 채 8년째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구지법의 최장 사건은 1998년 신청한 대한중석의 회사정리 사건으로 16년째 진행 중인데, 배당만 남겨두고 있다.
◆파산부 존재 이유와 의미
법인회생은 기업의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지역 및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잖다. 법인파산의 경우도 공평하게 재산을 배분해 채권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처럼 파산부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대구지법은 집중 심리를 통한 파산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하나뿐인 파산부를 올 3월부터 파산 1, 2, 3부 등 3개로 확대해 운영하기로 했다. 수석부장판사가 부장판사를 맡는 파산1부는 100억원 이상의 크고 중요한 법인회생사건 위주로 담당하고, 파산2부는 나머지 법인회생사건, 파산3부는 법인파산사건을 맡는다.
정용달 대구지법 수석부장판사는 "파산부는 기업의 재건을 도움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일자리 유지, 고용창출을 독려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며 "충분히 회생할 수 있는 회사인데 회생 신청이 늦어 회생에 실패한 경우도 적잖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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