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안의 아리랑 이야기] (11) 세계가 부르는 아리랑

입력 2013-02-28 07:46:39

더이상 恨이 아닌 극복의 메시지

▲유대안이 집필한
▲유대안이 집필한 '영남의 아리랑'

# 지구촌 '평화의 노래'로 만들자

지난해 12월 초순 프랑스 파리로부터 우리의 아리랑이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당연한 일임에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중국이 먼저 조선족의 아리랑을 국가급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재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우리 정부가 신속히 대응함으로써 아리랑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는 아리랑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막연히 불러왔던 데서 한 단계 넘어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 노래를 불러왔는지 반문하면서 아리랑의 정신과 함의로 철저히 무장해야 한다.

우리는 역사의 고비마다 아리랑을 불러왔다. 고려가 망한 후 망국한(亡國恨)을 읊었던 '정선아리랑', 구한말 경복궁 중수 때 백성의 원성을 담았던 '경기자진아리랑', 일제강점기 때 민족 가슴에 항거의 불을 지핀 '영화주제 아리랑'이 있었다. 오늘날 아리랑은 흩어져 있는 재외 동포들에게는 조국의 노래로, 남북 동포들에게는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노래로,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는 일체감을 형성하는 노래로 불린다. 이미 제2의 애국가라 할 만큼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DNA 속에 깊이 뿌리내려져 있다.

유네스코가 아리랑을 인류무형유산에 등재하면서 "아리랑에는 많은 다양성이 내포돼 있어 아리랑의 등재로 무형유산 전반의 가시성 향상과 대화 증진, 문화 다양성 및 인간 창의성의 제고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것은 아리랑의 순기능적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과거의 아리랑은 한(恨)과 설움의 표출이요, 반드시 넘어야할 고개였다. 이제는 극복의 아리랑이요, 나아가 희망의 아리랑이다. 다시는 과거의 아픔을 푸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과 극복의 아리랑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 우리 민족만의 아리랑을 넘어 세계인의 아리랑으로 전환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노래의 히트 가능성을 예측하는 미국 조지아주 '뮤직 인텔리전스 솔루션'(Music Intelligence Solutions)에서 아리랑과 미국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과학적으로 비교분석한 적이 있었다. 10점 만점에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7.0점, 관현악으로 된 아리랑은 8.9점이 나왔다. 지금까지 수많은 국가의 다양한 노래 중 아리랑이 아주 특별한 노래임은 분명하다.

200년 전 독일의 작곡가 베토벤이 쉴러의 시에 곡을 붙여 인류애를 호소했던 '합창교향곡'을 대신하여 21세기에는 인류의 평화를 상징하는 '평화의 노래'로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손잡고 아리랑을 부르면 어떨까?

아리랑의 궁극 목표는 넘어야 할 대상인 '고개'를 극복하는 데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시련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 작금의 뼈아픈 분단 현실에서도 화합과 평화의 노래로 남북이 함께 아리랑을 부른다. 조국의 분단 현실을 넘어 세계 각국의 분쟁과 반목,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노래로 아리랑을 부르자는 것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노래로 충분한 원동력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아리랑은 '저항'을 넘어 '화합'과 '상생'이 기본 정신이기 때문이다.

유대안<작곡가·음악학 박사 umusi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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