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아름다운 자유의 나라

입력 2013-02-26 09:16:52

이달 22일 시마네현 주최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일본 정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되었다. 이처럼 나라 안팎으로 시대적 짐이 무거운 지금 우리 정부는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의 국정 비전과 함께 '창의교육'문화국가'를 국정 목표의 하나로 삼고 기대에 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사흘 뒤면 3'1절이다.

대구 3'1 만세 운동 길을 따라 하나 둘 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릴 때를 기다려 나는 그 오르막길을 오르고 싶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노래한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으로부터 멀지 않은 계산동 아흔 계단을 아들과 함께한 계단 한 계단 오르고 싶다.

그리하여 그 동산 위에 역사박물관이 된 옛 외국인 선교사 사택에 세월을 잊은 채 소녀로 남아있는 한 여학생 일기장에서 그때의 증언을 아이에게 읽어 주련다. 오솔길 벽면에 새겨진 '이로써 세계만방에 알리어 인류평등의 대의를 분명히 하는 바이며, 이로써 자손만대에 깨우쳐 일러 민족자존의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라는 기미독립선언서 한 구절도 또박또박 읽어 주련다. 나는 또 담쟁이넝쿨 푸르렀을 길을 걸으며 첫사랑에 젖었던 작곡가처럼 '동무 생각' 노래비 앞에 서서 춘정(春情)에 취한 듯,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를 흥얼대어도 볼 것이다. 그 사이 가르마 빗은 아가씨 머릿결 같은 봄볕이 청라언덕 계단 벽에 기댄 채 시나브로 내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나는 다시 아들과 함께 그 아흔 계단을 한 계단씩 내려서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땅속 찬 기운 속에서 뭇 씨앗들이 싹을 트기까지는 조금 더 견뎌야 할지 모르겠다.

'나의 소원'에서 김구 선생은 일제로부터 민족의 자유를 쟁취하느라 고투하셨을 것이지만 중오심이 아니라 봄바람 같은 사랑을 교육자와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며 불행의 근본 이유가 인의와 자비,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독립한 나라가 부강함이 아니라 문화의 힘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했다. 문화의 힘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남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이처럼 '나의 소원' 중에는 자유와 문화에 대한 뜻 깊은 말씀들이 많다.

특히 이 한 마디로 인해 오래도록 나는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다음은 그 어떤 시 구절보다 아름답다.

공원에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이다.

장두현 시인·문학박사 oksan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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