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교수의 세상보기] 어느 목사의 고백-독도

입력 2013-02-23 07:55:18

21일 이른바 일본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이름)의 날'을 하루 앞두고 계명대학교 국경연구소와 영남대학교 독도연구소는 공동으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일본의 한 연구자는 "현재 일본 사회는 급속히 우경화되고 있다. 진보 세력이 설 자리가 없어져 버렸다. 일본사회의 우경화보다 일본정치의 우경화가 더 급속히 전개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일본정치가 일본사회의 우경화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독도 문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연구자는 "쇠퇴하는 일본, 부상하는 중국"의 구도 속에서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댜오)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일본이 원상회복(센카쿠 국유화 철회)을 하지 않으면, 중일 간 영토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우경화, 중국의 부상은 최근 동아시아 영토문제를 이해하는 키워드다.

이번 학술회의에는 아주 특별한 사람 한 명이 초청됐다. 22일 자 매일신문 2면에도 소개된 우르시자키 히데유키 목사(이시카와현 가나자와 교회)이다. 그는 독도 영유권 문제에 결정적 자료를 발견한 사람이다. 1877년 메이지(明治) 정부의 태정관(지금의 내각에 해당)은 "죽도외일도(竹島外一島)는 일본 영토가 아니다"는 결정을 한다(太政官 指令文). 즉 울릉도와 또 하나의 섬은 일본 땅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당시 울릉도는 죽도라 불렸으며, 이에 대해서는 한일 학계에 이론이 없다. 문제는 외일도(外一島'또 하나의 섬)가 어느 섬을 가리키느냐를 두고 한일 학계는 각자 자기 나라에 유리한 해석을 했다. 그러던 차에 우르시자키 목사는 2005년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이 지령문 뒤쪽 봉투 안에 숨어 있던 지도를 발견해서 공개했다. 기죽도약도(磯竹島略圖)라 불리는 이 지도는 태정관지령문에 부속된 것이었다. 이로써 지령문의 '외일도'가 독도라는 것이 명백해지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1877년 일본 정부는 울릉도와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번 초청에 즈음하여, 우르시자키 목사는 2013년 2월 12일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국(大洋局) 북동아시아과에 이를 재삼 확인하고 녹음을 하였다. 전화 대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르시자키: "태정관지령에 붙어있는 지도의 외일도가 현재 한국의 독도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습니까?" 외무성 관계자: "예, 그렇습니다." 우르시자키: "지도에 분명히 그렇게 쓰여 있으니까요." 외무성 관계자: "예 그렇습니다."(표현은 알기 쉽게 약간 각색하였음. 2013년 2월 계명대학교 국경연구소'영남대학교 독도연구소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11쪽). 우르시자키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이 지도는 독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님의 선물이다. 왜 일본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가."

이처럼 1877년 이후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했다. 그 전후의 각종 기록을 보면 일본 땅이 아닌 독도는 한국 땅임이 명확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1905년 2월 22일 독도를 시마네현으로 편입시키고, 지금은 고유영토론을 내세우며 독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다. 22일의 '다케시마의 날'은 이러한 일본의 억지를 집단적으로 확인하는 날이다.

일본이 주장하는 고유영토론은 애초부터 존재할 수 없다. 학문적 용어도 아니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일본이 생길 때부터 독도는 일본 땅이었다는 의미다. 영토관념은 근대의 산물이기 때문에 나라가 생길 때부터 영토관념이 있었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다. 그래서 고유영토는 영어로도 표기가 안 된다. 일본외무성 홈페이지에는 이를 'inherent territory of japan'이라 표기하고 있으나, 억지춘향격 표현이다. 굳이 표현하려면 'indigenous territory to Japan'이 더 적합하다는 게 영어권 학자의 조언이다.

일본은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처음으로 차관급을 파견하여 정부의 공식행사로 격상시켰다. 아마 내년에는 아베 신조 총리가 참가한 가운데 도쿄에서 '다케시마의 날'이 열릴 것이다. 그렇다고 독도가 절대로 일본 땅으로 되지 않는다. 일본은 과거의 탐욕에서 벗어나 냉정한 국가 이성을 가져야 한다.

이성환/계명대 교수·국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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