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음식 이야기] 고추장(2)

입력 2013-02-21 14:31:45

찹쌀 넣으면 색 고와 반찬용, 밀'보리 쓰면 찌개용

달고 맵고 짜고 새콤한 고추장의 맛내기는 고추의 품질과 가장 연관이 깊다. 최상품의 고추는 살이 두껍고 붉은빛을 내며 단맛을 내야 한다. 고추장을 만드는 주 재료는 크게 고춧가루, 메줏가루, 엿기름, 소금으로 나눌 수 있다.

▷고춧가루=붉은색이 곱고(capsanth in, 캡산틴) 단맛과 매운맛(capsaicin, 캡사이신 0.01~1.02%)을 함께 지니고 있어야 한다. 고추의 명산지는 경북의 영양'청송'봉화 지역이다. 전라도는 임실'순창'진도, 충청도의 경우 괴산'음성'제천 등에서 우수한 품질의 고추가 나오고 있다. 고추는 건조방식에 따라 태양초, 화건초로 나눈다. 태양초는 햇볕에 말려 밝은 붉은색을 띠고, 열로 쪄서 말린 화건초는 검붉은색이다.

▷메줏가루=고추장의 맛과 사용하는 용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고추장용 메주는 된장용 메주와는 다르게 만든다. 된장은 콩으로만 만든 메주를 사용하는 반면에 고추장은 콩과 전분질을 혼합한 메주로 만든다. 고추장 메주를 만드는 방법은 1. 전분질의 원료를 가루 내 시루떡을 찐다. 2. 콩은 물에 불려 무르게 삶는다. 3. 삶은 콩을 시루떡과 함께 절구에 찧은 후 주먹만 한 크기로 둥근형이나 도넛 모양의 메주를 만든다. 4. 며칠 동안 볕에 말려 꾸덕해지면 짚과 솔잎을 격자로 놓아 20일 정도 띄우거나, 짚에 싸서 길게 처마 밑이나 헛간에 매달아 둔다. 5. 뜬 냄새가 나면서 곰팡이가 생기면 볕에 바짝 말려 곰팡이를 털어내고 가루를 내 사용한다. 이때 만들어진 균주는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는 고초균(bacillus subtillis)이 내부에 생육한다. 이후 자연풍에 건조시키면 외부에도 곰팡이가 자란다. 주로 털 곰팡이, 거미줄 곰팡이, 황국 곰팡이 종류다.

잘 뜬 메주는 고추장의 맛을 좌우한다. 푸른곰팡이가 표면에 자라지 않는 것이 좋으며 구수한 향이 있어야 하고 신 냄새나 썩은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한다. 메주를 만들 때 전분질과 콩의 비율에 따라 메주의 품질과 고추장 맛에 영향을 준다.

옛 문헌 '임원십육지'에서는 전분과 콩을 1대 1로 하고 '규합총서'에서는 전분 0.2대 콩 1의 비율로 고추장용 메주를 만들었다. 사용하는 전분질의 종류에 따라 찹쌀 고추장, 멥쌀 고추장, 보리 고추장, 밀 고추장, 고구마 고추장, 무거리 고추장, 수수 고추장, 팥 고추장 등으로 나눈다. 그 외 두부 고추장, 인삼맛 고추장, 대추맛 고추장, 한방 및 약선 고추장 등 부재료의 사용에 따라 다양한 맛을 지닌 별미 고추장도 있다. 찹쌀 고추장은 색을 곱게 내는 반찬용이나 초무침 양념, 초고추장 등을 만들 때 좋다. 밀과 보리로 만든 고추장은 색은 검지만 맛은 구수하여 찌개나 된장국을 끓일 때나 장아찌를 만들 때 사용하면 좋다. 여름철 쌈장 재료에도 적합하다. 무거리 고추장은 색이 곱지 못하고 품질이 고급스럽지 못하므로 찌개 전용으로 사용하거나 쌈장으로 사용한다.

제조 방법은 된장용 메주를 말리면서 떨어져 나온 무거리 메줏가루를 보릿가루로 묽게 쑨 죽에 혼합하여 반죽한 다음 엿기름가루를 섞어 하루 정도 삭힌다. 여기에 막고춧가루와 소금을 넣어 섞어서 항아리에 담고 봉한 후 4, 5일 지나서 먹는다. 메주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조차 버리지 않고 끝 무렵 따낸 빛이 좋지 못한 막고춧가루와 비벼서 장을 만들었던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엿기름=겉보리를 물에 불려 따뜻한 곳에서 발아시켜 싹을 길러낸 것이다. 이것을 건조시켜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 쓴다. 엿기름은 전분을 당화시키는 효소를 왕성하게 분비해 고추장의 숙성을 이루게 하는 역할을 한다.

▷소금=고추장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소금은 굵은 소금으로 불리는 천일염(호렴)이다. 사용량은 원료무게의 7, 8%이다. 적절한 짠맛은 장의 변질을 막아주며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 역할을 한다. 소금의 주성분인 염화나트륨 외에 미량의 칼슘염, 마그네슘염, 칼륨염, 철 등을 함유하고 있어 영양학적 가치를 높여준다. 장에 사용할 소금은 가을에 미리 구입하여 소금 포대 밑에 막대기를 받쳐 간수를 빼낸 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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