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육아+공부, 한자리서 무지갯빛 재봉해요"
19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대경빌딩 4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요란한 재봉틀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들어간 곳에서는 3명의 이주여성들이 재봉틀을 돌리고 있었다. 2, 3년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여성들로 지난달 30일부터 이곳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소품, 옷 등 재봉틀을 이용한 봉제작업이다.
지난 2010년 한국으로 온 마춘펑(31'여'대구 동구 효목동) 씨는 이곳에서의 봉제일이 한국에서의 첫 직업이다. 결혼 후 조금이나마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어 일거리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아이를 돌보면서 일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출퇴근 시간이 일정한 안정적 일자리를 원했지만 18개월 된 막내를 오전 9시에 어린이집에 보낸 후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은 없었다. 아직은 서툰 한국어도 구직의 걸림돌이었다. 그랬던 마 씨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이곳에 둥지를 튼 '카리타스 무지개사업단' 덕분이다. 이곳은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한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의 생활 리듬을 고려했다. 마 씨는 "막내딸이 어린이집에 간 후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대구의 다문화가족과 이주민들을 위한 '아지트'가 생겼다. 아지트에서는 일, 육아, 공부, 진료, 여가, 상담 등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카리타스 무지개사업단뿐 아니라 다문화가정 및 이주여성후원회, 대구외국인 노동자 치과진료소 등 3개의 다문화 단체가 한 건물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아지트가 들어선 건물은 이문희 대주교(전 천주교대구대교구장)가 대구대교구에 기증한 곳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받아 지난해 대구대교구가 건물의 4, 5층을 다문화가족과 이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카리타스 무지개사업단은 천주교대구대교구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기관으로, 다문화가족과 이주여성의 자립을 돕고 있다. 이주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고, 5층에 어린이 놀이방을 설치했다.
앞으로 사업단은 5층 강의실에 '외국어 교실'을 열어 이주여성들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를 인근 주민, 어린이를 대상으로 가르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이주여성들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 등이 들어서는 쉼터를 만들 예정이다. 강의실과 쉼터는 이주여성들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사랑방으로도 사용된다. 언어, 경제, 육아까지 한 건물에서 모두 가능한 것.
여기에 치과진료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치과진료는 대구외국인 노동자 치과진료소가 맡았다. 현재 대구외국인 노동자 상담소와 대구의료원에서 나누어 진행되던 치과진료가 오는 4월이면 이곳 5층에 새 둥지를 튼다. 불편했던 좁은 공간을 넓히고 부족했던 진료시설도 늘릴 계획이다. 평일 늦은 밤까지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배려해 매주 일요일 오전에 외국인들을 위해 문을 연다.
치과진료소 옆방에는 '다문화가정 및 이주민 후원회'가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주여성들을 돕자는 뜻을 가진 100여 명의 회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만들어졌다. 후원회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생활형편이 어려운 다문화가정 2가구에 매달 난방비 3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주여성들 교류의 장인 국가별 이주여성 교민회 꾸리기는 후원회의 주요 사업 중 하나로 20일 중국 교민회가 문을 연다. 오랫동안 고향을 찾지 못한 이주여성들이 가족과 재회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공부하고 싶은 이주여성에게는 학자금을 지원하며, 창업을 원하는 이주여성에겐 창업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카리타스 무지개사업단 김명현 대표는 "이주민과 다문화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들이 편안하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흩어져 운영됐던 시설들을 한곳으로 모은 이곳이 그런 공간이 되어 우리 사회가 행복한 다문화 사회로 한 발짝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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