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파티는 끝… 소프트웨어 시장 노려라

입력 2013-02-19 07:52:09

변신 나서는 지역 모바일 업계…외주 감소로 일감 크게 줄어 위기 속출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이 급변하면서 외주가 줄어 어려움을 겪었던 대구의 모바일 업체들이 최근 사업 다각화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원의 한 업체. 매일신문DB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이 급변하면서 외주가 줄어 어려움을 겪었던 대구의 모바일 업체들이 최근 사업 다각화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원의 한 업체. 매일신문DB

대구의 모바일 업체들이 '사업 다각화'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역 모바일 업체들은 한때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활황을 누렸다. 하지만 2007년부터 삼성으로부터 외주 주문이 꾸준히 감소하면서 일감이 크게 줄어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이는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이 구미에서 수원으로 대거 옮겨갔고 휴대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외주보다 자체 개발 정책으로 바뀌었기 때문.

또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운영체계(OS)에서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다 보니 별도의 소프트웨어가 필요없는 영향도 있었다. 이로 인해 한창 잘 나갈 때 30개 업체였던 지역의 모바일 업체는 절반 가까이 폐업을 하는 등 '암흑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사업 진출로 재기에 나서는 업체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모비루스

한때 삼성전자에 메시징과 DIM(저작권 보호 프로그램), 브라우저 등을 납품했다. 세계 곳곳에 수출되는 삼성휴대폰이 현지화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했던 것. 설립은 2005년 했으나 2002년부터 삼성전자로부터 외주를 해왔다. 하지만 2007년부터 외주 주문이 급격히 줄었다. 한창때 150명이던 직원 수도 50~60명 정도까지 줄었다.

조병호 대표는 "일감이 크게 줄어 구조조정 등으로 몇 년간 무척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했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조 대표는 자체 보유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찾기 시작했다. 국방이나 의료, 조선, 자동차 등 소프트웨어융합 분야 시장을 계속 분석하면서 꾸준히 정부 과제를 수행했고 다른 업체와의 협업도 시도했다. 3년 정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회사의 '터닝 포인트'를 찾으려고 애썼다. 그런 노력 끝에 찾은 것이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스템'이다.

조 대표는 "이 분야는 매년 급성장하는 시장으로 전망이 좋다"며 "현재 대기업 용역을 맡아주면서 자체 솔루션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모빌랩

2000년 설립한 모빌랩은 2009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큰 어려움을 맞았다. 이 업체는 한때 국가별 플랫폼을 삼성전자에 납품했다. 나라마다 통신 환경이 다른데 현지 언어뿐 아니라 통신사 기능, 문화에 따른 독특한 기능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것.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OS 자체에 그 같은 기능이 있다 보니 별도의 플랫폼이 필요 없어졌고 그에 따라 외주가 확 줄었다.

김수연 대표는 "스마트폰 열풍이 갑자기 찾아오면서 과제 단위로 일하던 우리 같은 중소업체들에는 신기술로의 혁신이 취약해 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120명이던 직원도 12명까지 줄이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경험했다. 이 업체는 2년 정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나서 지금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DIP에 계속 자문하면서 국가연구개발 과제도 많이 신청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의료용이나 복지용, 건설용 등 다방면에 사용되는 '낙상 감지 센서'를 개발하는 한편 교육이나 기업용으로 특화된 모바일 클라우드 플랫폼 개발에 성공,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역 IT 업계 관계자는 "IT 분야도 융합으로 전환되면서 과거처럼 모바일에만 집중하는 업체는 거의 없고 다양한 자체 사업을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대기업에 기술을 전수, 납품하는 수동적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업체들이 차별화한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갖추면서 오히려 대기업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