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지나고 나니 여전히 춥기는 해도 볼에 스치는 바람에는 따뜻한 기운이 있는 것 같다. 단순히 봄이 오고 있다는 기분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확실히 바람 속에 온기가 묻어난다. 베란다 창문으로 들어온 햇볕도 따뜻한 아지랑이를 만드는 것을 보니 빨리 봄이 왔으면 한다.
설날에 떡국을 먹다가 문득 환자가 선물로 준 찹쌀떡 생각이 나 냉동실에서 꺼내와 해동해서 가족들과 먹었다. 웬 찹쌀떡이냐 하기에 환자가 준 것이라 하니 요즈음에도 떡을 해오는 사람이 있나 한다.
환자 중에 틀니를 하거나 몇 개월에 걸쳐 치료를 받고 난 뒤 고맙다고 떡을 해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예부터 의미가 있거나 즐거운 날 떡을 해서 이웃과 나누어 먹는 풍습을 생각해 보면 좋은 선물인 것 같다.
최근에도 장기간 치료를 마친 환자가 마지막 치료를 하러 오면서 떡을 선물로 줘서 직원들과 맛있게 먹은 적이 있다. 아마도 치료가 끝나서 자신도 기쁘고 치료를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표시일 것이다. 이전처럼 집에서 직접 떡시루에서 쪄서 만들지는 않지만 주문하고 직접 가져오는 수고를 생각하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떡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만들어졌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떡은 곡식을 가루 내어 찌거나 삶거나 기름으로 지져서 만든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서 옛말의 동사 '찌다'가 떡으로 변화된 것이라고 한다.
추석에는 송편이 유명하고 설날의 대표적인 음식은 아마 가래떡으로 만든 떡국일 것이다. 우리나라 풍속에 설날에는 반드시 떡국을 먹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나이를 물을 때 '너 지금껏 떡국을 몇 사발 먹었느냐?'고 물었다.
보통은 꿩고기를 넣고 떡국을 끓였으나 없는 경우에는 닭고기를 넣고 끓였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도 이러한 유래에서 시작된 것이라 하니 떡국 한 그릇에도 여러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할머니 한 분이 설날에 떡국 한 그릇도 제대로 못 먹었다고 불평을 하신다. 이전에 만들어 준 틀니가 오래된 탓에 유지력이 떨어져 떡국이나 떡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고 한다. 어렵게 유지력을 보강해주고 나니 집에 가서 떡 한 번 먹어보고 오겠다고 하신다.
같은 떡인데도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가 있고 사용하는 용도도 다양한 것 같다. 올해에는 떡 선물도 받고 설날에 떡국도 한 그릇 먹어 나이도 늘어났으니 좀 더 겸손해지고 옛 어른들의 떡을 만드는 정성을 본받아 환자들의 치료에 보답하리라 다짐해 본다.
장성용<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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