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과 멘토 세대공감] 청년 미술가 안유진 씨-미술 평론가 김옥렬 씨

입력 2013-02-15 07:00:07

세대차 나는 '까칠 토크'… 미술이야기는 '끄덕 토크'

#작품명
#작품명 'Attack of Hands'. 여자의 얼굴 위로 손 하나가 나타난다. 그 손은 얼굴을 마구 문지른다. 얼굴은 손의 움직임에 따라 바뀐다. 손은 보이지 않는 사회적 권력을 의미한다. 보이지 않는 역학 관계를 손과 얼굴을 통해 보여준다.
안유진
안유진
8명의 평론가들에게 물어본 결과 안유진 씨가 대구에서 가장 떠오르는 신진 작가로 꼽혔다. 안 씨가 멘토로 삼고 싶은 김옥렬 아트스페이스펄 대표.
8명의 평론가들에게 물어본 결과 안유진 씨가 대구에서 가장 떠오르는 신진 작가로 꼽혔다. 안 씨가 멘토로 삼고 싶은 김옥렬 아트스페이스펄 대표.

안유진의 작품은 '사람들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그의 작품은 주제보다 표현 방식이 독특하다. 안유진은 퍼포먼스와 미디어가 결합된 작품을 선보여왔다. 작가가 직접 퍼포먼스에 참가하며 이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몸으로 직접 작업하고, 이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작가는 드물다. 작업의 '결과'보다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

안유진은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왔다. 2009년 갤러리 분도 청년작가 발굴 프로젝트인 '카코포니'전에 참가했고, 2010년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청년미술 프로젝트, 아트스페이스펄의 신진작가육성 프로젝트 등에 잇따라 초대받았다. 올해는 대구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젊은 작가 발굴 프로젝트인 'Y아티스트'에 선정됐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짧은 기간 동안 지역 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여러 평론가들에게 유망한 청년 미술가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가장 여러 번 거론된 이름이 안유진이다. 안유진은 멘토로 삼고 싶은 인물로 아트스페이스펄 대표이자 미술평론가 김옥렬을 꼽았다. 아트스페이스펄 전시장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안유진(이하 안)=서양화를 전공했지만 1학년 때부터 설치와 퍼포먼스에 관심이 많았어요. 작업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지난해 독일에서 3개월간 레지던시에 입주해 활동했는데,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작업으로 대화할 수 있었죠.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지난해 1년은 청주 레지던시에 있었어요. 그곳에서 첫 개인전을 열기도 했어요.

▷김옥렬(이하 김)=안 작가의 작품은 '몸'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에요. 스스로 행위를 하면서 관람객을 체험자로 가담시키는 것, 그것이 신선해요.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도록 만들죠. 날고기 같다고나 할까. 작가는 날고기 같은 생경함이 있어야 하거든요.

▷안=저도 그것이 늘 숙제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어디선가는 제 생각과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와요. 완전히 새로운 것은 극히 드무니까요. 책의 내용이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박힐까 봐 책을 읽는 것은 일부러 거리를 두는 편이에요. 대신 저는 주로 아이디어를 주변에서 같이 작업하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생각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넓혀나가는 편이에요.

▷김=의도는 좋지만, 이제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한 시기예요. 더 많은 책과 공부, 더 많은 여행을 통해 더 읽고 그것을 녹여서 나의 철학으로 만들어 나가야죠. 지금까지는 모방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본인 경험이 전부였다면, 이제 그 철학을 녹여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안=학교를 졸업한 지 이제 5년 됐어요. 제 학교 동기생이 80명인데, 지금까지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이 5명이 될지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도 하고 집안에 도움을 받으면서 활동해 왔는데 이제 현실적인 고민이 슬슬 돼요. 예전엔 정말 재미있어서 작업했고, 그것이 저를 강렬하게 사로잡았어요. 하지만 이 작업을 한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허무해지기도 해요. 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어요.

▷김=맞아요.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어려워요. 이중고를 겪고 있죠. 작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주변의 시선입니다. 미술관 역사가 긴 유럽에는 가난하긴 해도 화가가 사회적 인정과 존경은 받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계속 하면 호적을 파겠다'는 식의 인식이 팽배하죠. 그게 참 안타까워요. 그러니 작가들에 대한 지원이 많아져야 해요. 대신 골고루 나눠주는 것 대신 가능성 있는 작가에게 작업할 수 있을 만큼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어릴 때부터 미술 감상 교육을 해서 사회적 전반으로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필요해요. 미술은 세상과 소통하는 한 방식이거든요. 그래도 예술가는 어떤 환경에서든 창작할 수 있어요. 진정한 예술가는 눈과 호흡을 거치는 모든 것이 다 예술이 되죠.

▷안=저는 동시대 작가 가운데 천경우, 김홍석 작가를 좋아해요. 천경우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실제 삶이 묻어나는 사진작품을 하는 작가예요. 그리고 김홍석은 동일성과 차이성을 넘나드는 재미있는 작업을 보여주죠. 이렇듯 개념이 날카로우면서도 재미있는 작가들이 좋더라고요.

▷김= 맞아요. 이제 장르는 중요하지 않아요. 요즘 예술은 '무엇을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하죠.

▷안=선생님 말씀처럼, 이제 공부도 하면서 작업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여러 가지 길을 두고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꾸준히 해왔지만,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김=힘을 내요. 지금까지 상당히 열심히 잘 달려오고 있어요. 전시 때마다 전시 기획에 맞는 테마로 신작을 발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안유진 작가는 매번 신작을 보여주었죠. 이런 '태도'도 다들 눈여겨보고 있답니다. 지금까지 작품을 통해 많은 신선한 질문을 해왔다면, 이제 작가로서 내공을 쌓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모두들 부지런하고 깊이 있는 작가의 앞날을 기대하고 있어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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