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많은 '체셔' 집 밖 나가 혼나더니 이제는 집에만 '콕'
집에서 함께 살지만 종종 혼자 외출을 즐기는 반려고양이들을 '외출냥이' 라고 부른다.
'외출냥이'는 자신이 내킬 때 자유롭게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외출냥이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집의 위치나 주위 환경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고양이의 성격에 달려있다. 무척이나 발랄했던 친구네 집 고양이는 문이 열리면 기를 쓰고 나가려고 하는 외출냥이의 기질을 타고났다.
어느 날 친구 대신 고양이 밥을 주기 위해 들렀다가 아차 하는 순간 녀석이 탈출해 겨우 달래고 달래서 집으로 데리고 온 적이 있을 정도로 녀석의 집밖 세상에 대한 욕망은 강했다. 그래서 처음 체셔를 데리고 왔을 때, 체셔도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우려했었다. 그러나 체셔는 전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깥에서 무슨 소리라도 들리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벌벌 떨곤 했다.
혹시나 '산책냥이'(강아지처럼 주인과 함께 산책 나가는 게 가능한 고양이를 일컫는 말)가 되려나 싶어서 미리 구비한 가슴줄을 해주었더니 그 자리에서 얼음 자세로 풀어줄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체셔를 이사와 병원 진료 같은 타의로 인한 외출을 제외하고는 절대 자의로는 집밖에 안 나가는, 그야말로 집에 딱 틀어박혀있는 '집냥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체셔가 세 살이 되었을 무렵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누군가의 실수로 현관문이 조금 열려 있었고, 평소와 다르게 열려 있는 문을 발견한 체셔가 나가버린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린 것과 동시에 체셔가 없어진 걸 발견한 부모님은 체셔를 찾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아파트 방송을 통해 체셔를 수소문했고, 아버지는 집 주변 수색작전에 돌입했다. 다행히 아파트 계단을 두 차례 오르락내리락 하며 찾다가 불과 우리 집보다 6층 위의 방화벽 구석에서 체셔가 발견 되었다. 아마도 단순한 호기심에 밖으로 나가 계단을 계속 올라가다가 겁쟁이 체셔답게 평소에 들어보지 않은 무언가 낯선 소리에 깜짝 놀라 구석에 숨은 채로 아빠가 찾아낼 때까지 꼼짝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훈방 조치된 체셔는 '집 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라는 교훈을 뼈저리게 깨달은 것 같았다. 그 탈출사건 이후 체셔는 집밖에 나갈 생각은 전혀 없다.
짧다면 짧은 1시간 동안의 탈출이었지만 겁에 질린 고양이와 그를 찾는 사람에겐 너무도 긴 시간이었다. '만약에 찾지 못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해진다. 너무나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앞서 밖에 나가고 싶어 하던 친구네 고양이는 외출냥이로 거듭났다가 결국 어느 날부터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이렇게 고양이에겐 더욱더 녹록지가 않은 게 바깥세상이다. 밖을 돌아다니며 자유를 느끼는 것도 좋지만 그곳엔 너무나 많은 위험과 예기치 못한 상황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노파심일수도 있지만 웬만해선 반려동물 혼자 외출하는 것은 금하거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반려동물 인식표를 착용하고 외출하도록 하는 것이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위험과 찾아올 슬픔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장희정(동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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