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과세 기준 강화, 발빠른 큰손들 속속 투자…매물 나오기 무섭게 팔
10년 전 섬유공장을 임대한 후 이자 소득으로 안락한 노후 생활을 즐기고 있는 A(69) 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얼마 전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2천만원으로 낮아져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됐기 때문이다. 은행 이자소득이 월 300만원 정도인 그는 "세금이 높아진다고 해서 건물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올해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까지 강화되면서 은행권을 이탈한 뭉칫돈이 빌딩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대구는 내년 하반기 개통 예정인 도시철도 3호선 효과로 역세권에 편입된 건물 가격이 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종전의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낮추고 즉시연금의 비과세 한도를 2억원으로 낮춘 소득세법을 개정하면서 금융권을 이탈한 자금이 부동산으로 옮겨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4만8천907명이다. 금융권에서는 과세 기준 변경으로 대상자가 종전의 4배인 20만 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는 기존 2천 명에서 8천여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박미영 공인중개사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적용 대상이 연간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확대되자 여유자금을 가진 이들도 빌딩 투자에 가세하고 있다"면서 "주로 20억~30억원 안팎의 4, 5층 건물이 주요 대상"이라고 밝혔다.
경매에서도 부동산 인기는 치솟고 있다. 최근 매물로 나온 달서구 호산동의 한 건물은 46명이 입찰에 참여해 감정가보다 50%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하갑용 리빙경매 전 대표는 "금융과세 기준이 강화된 후 은행권에서 잠자던 자금이 빌딩, 아파트 등 경매시장 등으로 쏠리고 있다"면서 "과거 두세 번씩 유찰되던 빌딩들이 감정가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 주인을 찾는가 하면 요즘에는 매물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역시 은행을 나선 돈이 빌딩으로 몰리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알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거래된 연면적 495㎡(평균 3, 4층) 이상 오피스'상가빌딩을 전수조사한 결과 577채(총면적 194만9천475㎡)가 8조5천78억원에 사고팔렸다. 8조원이 넘는 자금이 빌딩에 투자된 것이다.
이자 소득에서 갈아탄 큰손들이 속속 건물에 투자하면서 신축과 리모델링 바람도 불고 있다. 지난해 동성로 등 도심지 내 10층 이상 상업용 건물 신축 인허가 건수는 10여 건에 이르고 있다.
2008년과 2009년에 신축 인허가 건수가 1건씩에 그쳤고 2010년과 2011년에는 4건씩인 것과 비교하면 건물 신축이 급증하고 있다.
역세권 기대감에 따라 도시철도 3호선 환승역인 서문시장역과 명덕역 인근에는 건물 10여 곳이 증'개축 공사 중이거나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서성네거리 근처의 4층 건물도 최근 리모델링을 마쳤다.
교보 리얼코 관계자는 "중구 반월당, 도시철도 역세권 주위 등 임대 수익형 건물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면서 "곧 가격 상승이 뒤따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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