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앙드레 지드 지음/이성복 옮김/문학과 지성사 펴냄
명작(名作)은 시대, 국가, 언어, 가치관, 문화를 넘어 사랑받는 문학 작품이다. 특히 그 원 저서를 읽어보는 것은 보석 중에서도 원석을 그대로 채취하는 것 같은 큰 희열을 선사한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어렵다. 학창시절 기억을 더듬자면, 단테의 '신곡'은 몇 번을 손에 들었다 놨다 해도 정독하지 못한 고전이다.
프랑스 문학의 거장 앙드레 지드의 초기 대표작 '좁은 문'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문학 시리즈 완독에 도전했다 이 책에서 많은 힘겨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읽다가도 생각이 멈추게 되고 결국 중간쯤 읽다 책을 덮어버린 것이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 작품처럼 종교적인 이해가 없이는 이해가 불가능한 작품이 서양 고전들 가운데는 많다.
이 책은 그럴만도 하다. 앙드레 지드 역시 무려 3년 동안 무수한 포기와 재시도 그리고 이에 따르는 고통과 환희를 반복하면서 완성한 작품이다. 1909년 연재를 통해 처음 발표되었을 때도 그 내용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비난과 찬사 속에 앙드레 지드는 유명 작가 반열에 올랐다.
'좁은 문'은 제롬과 알리사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야기인데, 그 속으로 들어가면 많은 인간사적, 종교적 메시지를 갖고 있다. 남녀 주인공은 외사촌지간으로 청교도적 가정환경에서 엄한 교육을 받으며 함께 자란다. 알리사의 어머니가 정부(情夫)와 도망을 가자 제롬은 불우해진 알리사를 지켜주겠다고 결심한다.
제롬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길 힘쓰라'는 성경구절을 접하면서 보편적 사랑이 아닌 고난으로 가득한 정신적 사랑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두 연인은 서로 갈구하지만 자신들의 정신을 지배하는 종교적 윤리에 갇혀 서로 주변을 맴돌고, 결국 알리사의 죽음으로 그들의 사랑은 이뤄지지 못한 채 끝난다.
저자는 기존의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의 반복과 충돌이 격심했던 이 당시 기독교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유럽에 인간의 본성과 본능 그리고 자유라는 새 바람을 불어넣으면서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큰 격론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이루어질 듯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을 보면서 종교적 윤리라는 틀이 과연 신이 원하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갖게 된다. 정작 작가는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 그저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줄 뿐이었다. 이 작품으로 유럽 사회에 격론에 펼쳐질 때도 저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말할 계제가 아니다. 내 역할은 독자로 하여금 성찰하게 하는 것이다." 239쪽, 1만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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