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안쓰고 발효 된장…초여름 검은콩으로 담가
조선 말 된장 중에서 특이한 것은 소금을 넣지 않은 무염발효 된장과 소금을 짜게 넣은 가염발효 된장이 공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무염발효 된장 담그는 법
'담시'라고 한다. '시'라는 말은 조선 시대 초엽부터 된장 일종의 호칭으로 함께 사용돼 왔다. 전국장에서 청육장, 청국장으로 변형되는 가운데 이 호칭이 공존하고 있었다. 이 조장법은 조선 중기 '임원십육지'에서 이미 담시로 등록되어 있었던 된장이다. 담그는 방법도 그대로 계승됐다.
'검은 콩을 6월 안에 물에 담갔다가 쪄 익힌다. 돗자리에 펴 널어 식기 전에 쑥으로 덮어 누런옷(황색 곰팡이)을 입히되 지나치게 띄우지 말고 볕에 말려 껍질을 가려낸다. 물로 반죽하여 주무르는데 반쯤 질게 하여 장독에 넣어 뽕나무 잎으로 두껍게 봉하여 볕을 쬔다. 7일 만에 꺼내 한식경 말렸다가 또 물로 반죽하여 독에 담는다. 이렇게 7차례 하여 다시 쪄서 펴 널어 더운기는 물에 담가 빼고, 독에 넣어 봉하여 두면 된장이 된다'는 것이다.
무염 발효된장으로 담시별법이 있다. 이것 역시 '임원십육지'에 처음 등록된 된장이다. '검은콩을 시루에 찌되 비벼서 쏟아 헤쳤다가 더운 김이 있을 때 가지(채소)를 한층씩 곁들여 넣고 바람 없는 곳에 두고 아래위를 푸른 볏짚으로 휩싸서 둔 지 수일 만에 누런 옷이 전면에 씌워 꺼내 하루 볕을 보인다. 그 다음 날 더운물에 싸서 건져 붉은 차조기잎을 씻어 함께 반죽하여 더운 볕에 쪼여 바삭 말린 후 질항아리에 담아 꼭 봉하여 둔다'고 하였다.
이 두 된장의 공통점은 대두(흰콩)가 아니라 검은콩을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조장법도 쑥이나 뽕잎, 푸른 볏짚 등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조장계절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의 초여름쯤으로 추측한다. 소금을 넣지 않고도 된장이 되었던 것은 햇볕의 살균력이 좋은 시기를 이용하여 찌고 말리기를 반복하면서 부패미생물을 살균하였다. 또한, 건조를 통하여 발효에 유익한 곰팡이(황의)를 입히게 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침장시 부패균의 번식을 막기 위하여 물을 첨가하지 않고 반건조 상태로 그대로 담아 숙성 발효시켜 자연적으로 흐무러지게 하여 된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특이하다.
◆가염된장 담그는 법
'함시'라고 한다. 이 된장은 소금 함유량이 일반된장에 비해 많이 짠 된장의 일종이다. 조장법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함시별법 1='검은콩 한 말을 쪄서 하루 동안 볕을 쪼이고, 오이 20개, 가지 40개를 각각 잘게 썬 다음 회향 4돈, 볶은 소금 4량을 섞어 버무려 덮어 둔 지 4일 만에 좋은 술을 골고루 뿌리고 다시 쪄서 퍼내어 소금 4량을 치고 버무릴 때 또 좋은 술을 조금 뿌리고 볕에 널어 하루 동안 말린 후에 질항아리에 다져 넣고 종이로 봉하거나 흙으로 봉하여 삼복중에 볕을 쪼인다'고 하였다.
▷함시별법 2='콩을 가려서 누렇게 찐 다음 콩 한 말에 소금 4되, 천초 4량을 함께 넣어 버무려 봄에는 1일, 여름에는 2일, 겨울엔 5일에 반숙되면 생강을 잘게 썰어 5량 넣고 고루 섞어 그릇에 담고 봉한 후 땅에 묻고 쑥 등의 초엽이나 말똥 중에 묻어 7일 또는 14일 만에 먹는다'고 하였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언급한 짠 된장류의 공통점은 '콩을 으깨지 않고 원형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함시별법 1은 더운 삼복중에 담갔고, 2는 사계절 어느 때나 가리지 않고 속성으로 소금을 사용하여 담근 된장이다. 여기서 잠시 함시 된장에 사용한 재료 중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1에서 사용한 '회향'은 향과 단맛이 강한 양념 재료로 많이 쓰이는 것으로 '회향'이라는 이름은 '썩은 간장이나 물고기에 이것을 넣으면 본래의 냄새대로 되돌아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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