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송이버섯 '맑은 탕' 음주후 속풀이 그만
고춧가루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생선찌개를 매운탕이라 하는 데 반해, 고춧가루 등 양념을 넣지 않고 말갛게 끓인 생선탕(국)을 '지리'라고 한다. '복지리' '명태지리'라고 부르는 지리는 물고기, 조개, 두부, 채소 등을 넣고 끓여 먹는 일본식 냄비 요리를 일컫는 말이다. 고춧가루를 넣지 않아 맵지 않고 원재료 맛이 살아 있으며 국물 맛이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말로는 빨갛지 않아 '맑은탕' 또는 맵지 않아 '싱건탕'으로 순화해 부른다.
대구 북구 복현오거리 막창골목 안, 국민은행 뒤에 있는 음식점 '전주콩나물'에 가면 토종닭과 송이버섯으로 요리한 맑은탕을 맛볼 수 있다. '토종송이닭맑은탕'. 이름조차 맛있어 보이는 이 요리는 팔공산에서 방사해 키운 토종닭과 송이버섯, 파, 양파, 새송이버섯, 청양고추 등이 들어간다. 여기에 김미화 사장이 만든 비장의 육수가 더해진다.
주 재료인 닭의 경우 육질이 부드럽고 탄력 있는 토종 생닭만을 사용하는데 조리하기 전에 닭을 한 번 삶아내 기름기를 쏙 빼낸다. 이 집 닭맑은탕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물 또한 느끼하거나 텁텁하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집 고기 맛의 비결은 고기를 삶는 주인의 정성.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 한쪽에서 요리를 하는 김 사장은 "음식을 판다는 생각보다 우리 집 식구들에게 먹인다는 생각으로 정성껏 만들어요."
이 요리는 시각을 자극하는 다른 요리에 비해 처음부터 후각을 자극한다. 송이 때문이다. 송이 향이 물씬 풍긴다. 국물 한 숟가락을 떠먹으니 특유의 송이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깔끔하고 개운하다. 겨울철 송이를 맛보니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그리고 따뜻한 토종닭의 육질 또한 쫀득쫀득한 것이 시골의 우직한 맛을 대변하는 듯하다. 기름 뺀 고기의 부드럽고 따뜻한 속살이 일품이다.
고기와 송이 등을 먹은 후 육수를 더해 호박국수와 감자, 만두 등을 넣어 끓인다. 여기서도 송이 향이 묻어난다. 쫄깃쫄깃한 호박칼국수 맛이 일품이다. 국물은 시원하다. 여기까지 먹었어도 부족하면 깊이 우러난 마지막 국물에 죽을 끓여 먹는다. 죽으로 마무리하면 행복한 포만감이 오감을 만족시켜준다.
대구비사라이온스클럽 회원 이태호 씨는 "맛있어요. 닭요리라면 포만감은 있는데 텁텁한 맛이 나잖아요. 그러나 이 닭맑은탕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나요. 송이 향은 또 어떻고요. 그래서 술 먹은 후 속풀이에 그만입니다. 특히 조미료를 넣지 않아 더부룩하지도 않습니다. 직원들과도 오고 아내와도 자주 들르고 있어요"라고 했다.
정상식 씨 역시 "사업상 술을 많이 마시게 되는데 맑은탕은 숙취 해소에 그만이에요. 해장하러 왔다가 다시 해장술을 먹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술 먹은 후나 술 먹기 전에도 옵니다"고 했다.
이 집의 또 다른 별미는 쑥과 들깨, 된장을 풀어 끓인 '쑥해장국'. 김 사장은 쑥해장국은 시어머니에게서 배웠다고 했다. 명절 때 가족이 모이면 소고깃국과 쑥국을 끓여 먹는데 소고깃국보다 쑥국이 더 인기가 있었다는 것. 김 사장은 쑥이 맛있는 3, 4월에 채집해 냉동 보관해 사용한다. 쑥 색깔은 물론 향이 살아 있어 향긋한 쑥향이 입안 가득 풍긴다.
박용진 씨는 "닭맑은탕도 괜찮지만 쑥해장국이 그만입니다. 향긋한 쑥향은 고향 생각을 불러일으켜 술을 마신 후 자주 들릅니다"고 했고, 이준희 씨는 "쑥해장국은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부부 사장이 상주의 촌사람이라 손맛도 있고, 음식맛도 한결같아 자주 옵니다"고 했다.
김 사장은 "요리를 먹어 본 아빠는 엄마를, 엄마는 가족을, 친구는 다른 친구를 데리고 다시 오십니다"고 했다.
쑥해장국과 함께 가는 콩나물을 사용해 요리한 콩나물해장국과 콩나물전도 인기다. 특히 콩나물전은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한 젓가락 집어들어 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니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 감돈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도 일품이다.
김 사장은 식재료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쑥은 물론 밑반찬으로 내놓는 가죽, 도라지 등 장아찌와 두릅, 곰취 등 밑반찬, 고춧가루, 마늘 등은 대부분 시댁이 있는 상주에서 가져온다. 그래서 반찬마다 입맛을 돋워줘 자꾸 손이 간다. 모두 농약과는 먼 유기농 농산물이다. 식사 후 개똥쑥과 생강, 대추, 상황버섯 등을 달인 차가 나온다. 안 마시고 나오면 후회한다.
4, 5명이 먹어도 충분한 닭지리탕 4만원, 콩나물해장국 5천원, 쑥해장국 6천원, 가오리찜 2만원(중)'3만원(대), 아귀찜 2만원(중)'3만원(대). 예약 053)939-5595.
◆'우리 직장 단골집'이 '이맛에 단골!'로 바뀌었습니다. 이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inf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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