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골프 바이올린 등 명분…정부무상보육료만큼 더 받아
자녀를 사립 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시름이 깊다. 교육비 전액을 보전받는 국'공립 유치원에 비해 사립 유치원의 경우 추가 부담 때문에 무상보육 혜택을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 5세에만 적용되던 누리과정이 올해부터 확대 시행돼 만 3~5세 아동은 가정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보육비를 지원받게 됐다. 유아학비(유치원) 또는 보육료(어린이집)라는 이름으로, 정부는 만 3~5세 아동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갈 때 국'공립 기준 6만원, 사립 기준 22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일일 8시간 이상 보육을 받는 아동이 방과 후 과정을 수강할 경우 국'공립 기준 5만원, 사립 기준 7만원을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대구지역 상당수 사립 유치원은 정규과정에서 추가 교육비를 요구하고 있다. 사립 유치원의 경우 유치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오후 2, 3시쯤 끝나는 정규과정에 등록하더라도 월 22만원씩 지원되는 유아학비 외에 10만~40만원 정도를 더 내야 한다.
학부모 신모(31'여'대구 동구 신천동) 씨는 국'공립 유치원에 지원했지만 추첨에서 떨어져 '울며 겨자 먹기'로 사립 유치원에 아이를 입학시키기로 했다. 5살 난 아들의 유치원 입학을 준비하던 그는 어림잡아 1년 교육비를 계산해보고 놀랐다. 정규과정만 등록해도 각종 체험학습, 교재'교구비 때문에 교육비로 본인이 연간 750만원 넘게 내야 했던 것. 신 씨는 "유치원 교육비가 4년제 사립대 등록금을 넘어설 수준"이라며 "무상보육료 지원으로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했지만 세분화되고 늘어난 교육비 항목 때문에 주머니 사정은 똑같다"고 말했다.
각 유치원이 내세우는 특성화 교육과정은 영어, 창의교구(로봇'하바 등), 미술(클레이아트'도예 등), 체육(수영'발레'골프 등), 음악수업(오르프'바이올린 등) 등이다. 주 3회나 5회 과정의 영어수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특성화 교육과정은 유아 두뇌 발달, 조기 교육에 유명한 것으로 알려진 각종 프로그램이나 특기활동을 내세우며 주 1, 2회 정도 이뤄지고 있었다. 또 외부 인사가 진행한다는 이유로 주 2회 기준 과목당 적게는 3만원, 많게는 5만원 이상의 교육비를 받고 있었다.
이 같은 특성화 과정에 지출하는 교육비는 사립 유치원 입학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유치원마다 차별화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홍보하는 탓에 특성화 프로그램의 종류도 수십 가지였지만 학부모들은 입학 상담을 받으면서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듣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정규과정에 포함된 체험학습비, 특별활동비 외에 특성화 과정 등록을 유도하면서 사립 유치원이 원아 1명에게서 받는 돈은 무상보육 지원 전과 큰 차이가 없다. 결국 보육료 지원 정책이 학부모보다 유치원에 실질적인 이득이 되는 셈이다.
대구교육청도 사립 유치원 교육비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교육비가 저렴한 공립 유치원을 올해 3개 신설하고 공립 유치원 학급을 30여 개 늘리기로 했다. 또 질 높은 프로그램을 방과 후 과정에 도입해 학부모들의 추가 부담을 줄이고 방과 후 과정을 통해 특성화 과정에 못지않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대구교육청 창의인성교육과 관계자는 "학부모들은 각 유치원의 특성화 프로그램이 자녀에게 필요한지 꼼꼼히 검토하고 운영방향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