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대명3동에 사는 홀몸노인 최모(78) 할머니는 매일 오전 6시에 집을 나선다. 작은 손수레를 끌며 집 부근을 돌면서 빈병을 줍는 일이 할머니 일과의 시작이다. 벌써 10년째. 3시간 정도 빈병을 모은 뒤 집으로 돌아오면 추위에 떨었던 몸을 잠시 녹인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오후에도 파지를 줍기 위해 2시간 정도 집을 비운다. 재활용 쓰레기를 모으는 시간 외에는 집안에서만 생활한다는 할머니는 "밖에 나가는 것이 귀찮다. 그냥 방에 가만히 누워 지낸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비와 기초노령연금 등을 합쳐 매달 지급되는 34만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어려움도 있지만 할머니에게 가장 힘든 점은 외로움이라고 한다. 22살에 결혼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48년 전에 남편, 자식들과 헤어져 지금은 연락이 끊긴 상태이다. 그때부터 할머니는 늘 혼자였다. 식사도 혼자 해결하고 대화를 나눌 상대도 없다. 최 할머니는 "혼자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인생이 허무하고 후회스럽다. 안 죽고 있어 마지못해 그냥 사는 거지. 자다가 죽을 수도 있는데 그때 누가 나를 치워 주겠노?"라고 말했다.
최 할머니처럼 혼자 살아가는 홀몸노인 가구가 고령화와 함께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1년까지 1천 명단위로 늘어나던 홀몸노인이 지난해 들어 1만 명 가까이 늘어나 2012년 12월 현재 6만7천여 명으로 집계됐고 전국적으로는 119만여 명이나 된다. 더 큰 사회적 문제는 1인 가구가 고령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 1천795만여 가구 중 453만여 가구로 네 집 중 한 집이 나 홀로 가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나 홀로 가구가 늘어나면서 외롭게 살다가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잇따라 발생해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지난달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서 혼자 살던 60대 김모 씨가 숨진 지 한 달여 만에 발견됐고 중구 동산동 한 원룸에서도 이혼 후 혼자 살던 나모(55) 씨가 숨진 지 4일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2011년 전국 자살 사망자 수가 1만5천900여 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340명 증가했다. 이는 나 홀로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1인 가구들의 고독사가 잇따라 발생하자 대구시와 각 지자체는 고독사 예방 대책을 세우고 있다. 대구 남구청은 '고독사 제로'(孤獨死 Zero) 프로젝트를 통해 50세 이상 1인 가구를 일제 조사해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전수조사가 끝나면 서비스 대상자들에게 전화와 방문을 통한 안부 확인, 응급사항 발생에 대비해 친인척 등의 연락처를 기재하는 안심등록카드 제작 등 안전장치 매뉴얼을 만들고 우울증 검사, 자살 예방 상담 및 교육 등을 통해 위기 가구에 대한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통합사례관리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고독사가 사회 문제가 된 일본은 2007년부터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 돌보미 서비스'를 활용해 홀몸노인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안전을 확인하는 등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돼 있으나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1인 가구에 대한 사회 안전망 확충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덕노인종합복지관 설찬수 관장은 "혼자 집안에 많이 머무르는 홀몸노인들은 집에서 고립되지 말고 복지관과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국악, 노래, 생활체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신정자 대구생명의전화 자살예방센터장은 "정신적인 고독과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당사자들이 전문기관이나 지인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주위에서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다"며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말벗'이다"고 말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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