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정부 3.0을 공약하였다. 정부 1.0이 공공기관의 정보 제공에 초점을 둔 모델이었다면 정부 2.0은 공공기관과 국민 간 양방향 정보 교환을 중시한다. 한편 정부 3.0은 정부 2.0의 양방향 정보 교환이 형식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한계를 넘어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맞춤형 거버넌스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정부 부처 간 소통뿐만 아니라 정부-시민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그렇지만 '미래창조과학부'라는 공룡 부처의 탄생은 정부 3.0 구상과는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특정 부처의 권한과 책임이 비대해지면 정부-기업이든, 정부-시민이든 양방향 소통은 구조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정부 3.0을 실현, 궁극적으로 창조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플랫폼' 거버넌스를 구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플랫폼 거버넌스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보다 유연하게 활용함으로써 관-민뿐만 아니라 관-민-산-학의 결속을 촉진하고 상호 간 연결망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시민을 승객으로 생각해 그들이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정류장을 개선하면, 비용 대비 편익이 증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 기술원의 밀러드(J. Millard)에 따르면, 정부 조직이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여 플랫폼 거버넌스를 추진하면 적은 비용으로 맞춤형 복지 행정을 펼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CeDEM(Conference on e-Democracy and Open Government)에서 많은 사례가 소개됐다.
이들 사례 중에는 단기적 편익을 높이는 정책도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영국의 LCS(Love Clean Streets) 캠페인이 있다. LCS는 지난해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진행된 거리 청소 정책이다. LCS 덕택으로 환경 행정의 처리 시간이 87% 감소했으며 주민의 만족도는 30% 증대됐다. 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불평 신고 핫라인 서비스인 'SF 311'을 2009년 6월부터 트위터에서 시작했다. 전화에만 의존하던 것과 비교하면,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행정 지원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으며 예산도 줄일 수 있었다. LCS와 SF 311은 사진과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진행 상황을 조정하거나 해결책을 공유하는 데 편리하다. 이 도시들은 그동안 제기된 불만 사항과 새로운 제안 등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업무 개선에 반영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실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해커톤'(hackathon)을 뒤집는 '언(un)해커톤'을 기획하여 택시의 경영 개선과 서비스 향상을 이끌어내었다. 해커톤이란 'Hacking'(즐거운 프로그래밍)과 'Marathon'(마라톤 운동경기)의 합성어이다. 이 실험은 페이스북이 직원들에게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짜고 상상력을 발휘해 흥미로운 상품을 개발하도록 하기 위해 밤을 새우는 축제를 개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해커톤 방식은 기업에서 주로 실행되다 보니 실생활의 문제를 다루지는 않았다. 이에 샌프란시스코는 2012년 2월 'SF 택시 & 매스컴 챌린지' 언해커톤 행사를 개최했다. 샌프란시스코는 관광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택시의 절반 이상이 빈 차로 운행돼 에너지 낭비, 교통 정체, 대기 오염, 경영 악화 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었다. 반면에 시내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도 택시 타기가 힘들었다. 수상자들은 모바일과 웹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위치에 상관없이 택시 기사와 시민 연결을 제안했다.
이달 말이면 신정부가 출범한다. 처음부터 한꺼번에 다 잘하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허니문 기간이라고 해서 진단과 조언을 미룰 수는 없다. 공룡 부처, 비밀 인사, 재원 부족의 여러 요인이 정부 3.0의 성공적 도약을 가로막고 있다. 우선 정부 3.0은 플랫폼 거버넌스에 대한 선진 사례를 한국에 어떻게 적용할지 면밀히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플랫폼 거버넌스가 만들어 낼 3.0 정책들은 경비 절감과 국민 행복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정부 3.0 구상의 첫 단추를 잘 끼워서 앞으로 5년 동안 창조 경제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게 되길 바란다.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아시아트리플헬릭스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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