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효율성과 형평성 융합으로 상생(相生)을

입력 2013-01-30 07:47:19

모든 사회가 지향하는 두가지 핵심 목표는 효율성과 형평성이다. 효율성(efficiency)은 투입물은 최소화하면서 산출물은 최대화하는 경제성 원칙을 의미하며 분배보다는 성장을 우선시한다.

형평성(equity)은 사용되는 절차와 실제적인 의사 결정을 공정하게 하려는 노력으로 공정성 원칙을 의미하며 성장보다는 분배를 우선시한다.

이 두 가지 목표는 동시에 잡기 힘든 두 마리 토끼처럼 상호 배타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형평성과 효율성은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상호 긍정적 관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단기적으로는 형평성이 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동기 부여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국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의 "경제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가져야 한다"는 명언이 이를 잘 대변한다. 머리는 이성(성장), 즉 효율성에 그리고 가슴은 감성(분배), 즉 형평성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효율성을 옹호할 것 같은 경제학자도 효율성과 형평성 간에 균형과 조화를 강조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인류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지나치게 효율성을 지향하다 보니 형평성을 훼손해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극단적 효율성 논리가 지배하며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연대였던 박정희 대통령 당시가 지금보다 우리 사회의 형평성 수준이 훨씬 더 높았다.

문제는 산업화 과정에서 효율성 목표가 지배적이었던데다 1987년 이후 민주화와 더불어 개인의 자유는 정착됐지만 복지를 통한 형평성의 확보와 평등이 자리잡기 전에 세계화의 폭풍에 휩싸이다 보니 우리 사회에 형평성이 다소 간과된 측면이 있다. 재벌과 대기업은 그렇다 치고 정부와 정치권 조차 본연의 역할인 형평성 제고는 소홀히 한 채 효율성 지상주의로 달리면서 이런 현상을 더 심화시켰다.

김대중 정부 이후 경제 정책의 중심을 신자유주의로 이동하면서 경제 권력의 상당 부분이 '시장', 특히 재벌과 대기업에 넘어갔다.

거대 권력 집단이 된 재벌과 대기업은 경쟁을 통한 극단적 효율성만을 추구한 나머지 시민들의 불만을 폭발시켜 결국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등장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나? 물론 재벌과 대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여 국가 경제 발전과 국격 향상에 기여해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여 준 것은 사실이다. 또 신속한 의사 결정, 창의적 경영, 강력한 리더십 등 대기업의 장점도 많다.

그러나 성장의 과실을 누구보다 많이 누리면서 그에 상응하는 투자와 고용 창출엔 인색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몫까지 독식하는 이기적 행태가 문제이다. 이는 효율성 혹은 합법이냐 불법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정서, 즉 형평성의 문제이다. 재벌과 대기업들이 경쟁을 통한 효율성만 생각했지 '배려'를 통한 형평성을 도외시하여 생긴 전형적인 숙제이다. 이제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효율성 지상주의의를 넘어 '국민기업'임을 자각하고 성장의 속도를 조금 늦추더라도 형평성을 앞세워 대한민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상생 사회 건설에 적극 나서야만 국민의 따뜻한 시선을 받을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효율성보다는 형평성 확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경제를 생각한다면 이제부터라도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를 통해 지금까지 훼손된 형평성을 보완해야 한다. 저소득'취약계층에게 인간적 삶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방안 마련은 형평성 제고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다. 또 현재 있는 규칙이라도 제대로 지키면서 불건전하고 불공정한 관행은 제도적, 법적으로 고쳐 나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 생태계와 수도권과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전념해야 한다.

자칫 효율성은 기업의 영역이고 형평성은 정치권의 영역이라고 치부하면서 한 가지 목표에만 매달리면 양자 모두 실패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이든 정부든 각자 형평성과 효율성 모두를 조화롭게 융합하여야 한다. 기업은 효율성 제고 위에 사회공헌이라는 차원에서 배려를,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은 형평성 확보라는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면서도 시장의 활력을 유지하여 상생 사회를 건설하여야 한다. '국가 경제의 안정에 대해 말할 때는 부친(박정희)의 얼굴이고 빈곤층 지원, 복지, 국민행복을 말할 때는 모친(육영수)의 얼굴'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재훈/영남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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