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게는 한 달에 서너 번, 적게는 한 달에 한두 번씩 받는 e메일 문의가 있다. 출판을 담당하고 있던 시절 소개한 책 '한자를 타고 떠나는 베트남 여행'이라는 책을 구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문의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베트남 여인과 결혼한 남자들이고, 일부는 막 베트남어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이다.
이 책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이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만큼 한자를 알면 베트남어를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가령 베트남의 수도는 하노이다. 하노이는 한자로 하내(河內)다. 안 내(內) 자가 '노이'로 발음이 된다는 것을 알면 '하노이'를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예외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 베트남어를 접하는 한국인들은 이 정도 '규칙변화'만 알아도 접근이 쉽다.
매일신문사는 매년 '전국 다문화가정 생활 체험 수기 공모전'을 연다. 기자이면서 소설도 몇 편 냈다는 이유로 심사에 참여할 때마다 나는 화를 내곤 했다. 심사위원들 중에는 "작년에도 화를 내더니 올해도 화를 내는군요" 하시는 분도 있었다.
수기를 읽다 보면 '두 사람이 결혼한 게 아니라, 한 사람이 한 사람을 하녀로 맞이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언어와 국적, 풍습이 다른 사람이 결혼을 했는데, 오직 시집온 여자만이 한국의 언어와 풍습을 배우고 이해하려고 애쓰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식들 역시 어머니 나라를 배우거나 이해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다. 더 나아가 어머니를 부끄럽게 여기는 경우까지 있다.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나는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인이 배우자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그 나라를 사랑하기를 바란다. 그 자식들이 어머니 나라를 가난하고 구질구질한 나라로 인식하기보다, 어머니 나라의 말을 알고 역사와 전통, 문화예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기를 소망한다. 어머니와 어머니의 나라를 부끄럽게 여긴다면 그 아이의 인생 역시 어두워질 위험이 크다.
다문화가정을 보살피고 위로하는 프로그램보다 자부심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이 더 절실하다. 자기 집안과 부모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이는 반듯하게 자라기 마련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한자를 타고 떠나는 베트남 여행'을 읽었으면 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매번 작가에게 책을 부탁하기는 염치없고 비능률적이다. 다문화가정과 우리 모두를 위해 경북도와 대구시가 나서주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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