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보다 숲 파악…일단 B형 집중, 빈칸 추론서 승부…어휘 정리
2014학년도 수능시험부터는 선택형으로 치러진다. 예전 수준인 B형과 그보다 쉬운 A형이 그것. 국어와 수학을 동시에 B형으로 선택할 수는 없도록 제한했기 때문에 변별력을 확보하려는 상위권 대학일수록 인문계열은 국어 B, 영어 B, 수학 A형을 요구하고 자연계열은 국어 A, 영어 B, 수학 B형을 조건으로 건다. 중상위권 대학들은 영어 B형을 필수로 지정하고 A, B형 중 선택하더라도 B형에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결국, 국어와 수학은 인문계열과 자연계열로 구분되는 계열별 시험이고 영어가 사실상 수준별 시험이 되는 셈. 이 때문에 선택형 수능시험에서 어느 유형을 선택할지 가장 고민이 되는 과목이 영어다. 현직 고교 영어 교사와 영어 점수가 뛰어난 학생들을 만나 수능시험 영어 과목 대비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나무보다 숲을 보자, 대구외국어고 장태성 교사
"혼란스러워하지 마세요. 현재 수능시험 대비 학습법에 따라 시험을 준비하면 될 겁니다."
각종 전국평가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을 맡아온 대구외국어고 장태성(영어) 교사는 영어 A, B형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기보다 영어 B형을 염두에 두고 학습에 치중할 때라고 조언했다.
"예체능 계열 지원 희망자를 제외하면 다수 수험생이 영어 B형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이 유형은 현재 수능시험의 외국어영역과 유사하게 출제될 것으로 보여요. 다만, A형을 선택한다면 실용 영어 문장들에 익숙해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장 교사는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으로 어법, 어휘 영역과 빈칸 추론 문항을 꼽았다. 어법 영역은 학생들이 전통적으로 까다롭게 여기는데 지엽적이고 파편적인 문법 사항이나 단순 암기 사항 위주가 아니라 언어의 구조를 파악하는 거시적 안목과 통합적 관점에서 문제가 출제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빈칸 추론 문항은 최상위권 학생들을 가려내는 부분이어서 난이도가 높다.
"전년도까지 각 2문항씩 출제되던 어법과 어휘 문항은 이번 수능시험에서 1문항씩 줄어듭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죠. 높은 점수(3점)가 걸린 빈칸 추론 유형의 문항은 상대적으로 늘 것으로 보이니까요. 최상위권이라 불릴 수 있는 1등급과 그 이하 등급을 결정하는 것은 빈칸 추론 문항을 정복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겠죠."
장 교사는 어법, 빈칸 추론 유형을 챙길 때 지엽적인 것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뜯어보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어휘 학습과 개요 파악에만 몰두한 나머지 언어적 맥락이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읽기 연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약간의 난이도 변화에도 학생들의 성적이 큰 폭으로 널뛰기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장 교사가 제시하는 해법은 나무보다 숲을 보는 공부 자세를 갖는 것. "어법은 지나치게 세부적인 문법 항목에 얽매여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독해 공부의 맥락 속에서 문장을 구조적으로 분석해보고 다양한 읽기, 담화 유형을 익히는 것이 좋죠."
빈칸 추론 유형을 접할 때는 답을 추리하려 하지 말고 지문 속에서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 장 교사는 지문 속 내용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 즉 주제문을 찾고서 빈칸에 들어갈 말을 고르는 방식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학생 중에는 자신의 생각이나 상식을 바탕으로 추리해서 답을 찾으려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지문을 쓴 사람의 생각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거죠. 이럴 경우 지문을 정확히 해석해도 정답을 찾기 어려워요. 지문 안에서 반복되는 내용이 주제문이에요. 여기서 시작해 답을 찾아야 합니다."
1달여 뒤면 새 학기가 시작된다. 곧 고 3이 될 학생들은 겨울방학 중 어떤 부분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까.
장 교사는 상위권 학생 가운데 영어 과목에 강점을 보이는 학생이라면 겨울방학 동안 평소 자신이 읽고 공부하는 독해 수준보다 한 단계 높은 독해 지문을 꾸준히 읽고 정확히 분석하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한다. "2학년 겨울방학은 수능시험 전까지 시간 여유를 갖고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챙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에요. 가급적 다양한 소재와 통합 교과적 지문으로 영문으로 읽고 분석하는 연습을 하세요. 고난도 문항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겁니다."
중'하위권 학생들이 염두에 둬야 하는 부분은 듣기와 말하기 문항에서 안정적인 점수를 확보하는 것. 장 교사는 이 부분은 평범한 수준의 문항들이 다수여서 조금만 신경을 써도 쉽게 점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들은 겨울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하루에 20~30분씩 시간을 정해 두고 꾸준히 듣기, 말하기 공부를 할 필요가 있어요. 독해 학습의 경우도 영어에 익숙해지도록 하루에 읽는 분량을 가급적 많이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쉬운 지문을 많이 읽어 영어에 대한 감각을 키우세요."
◆학생들이 꼽는 영어 학습 방법은? 대구외국어고 2학년 권민정, 여혜원 양
"아무래도 빈칸 추론 문항이 제일 까다롭죠."
권민정(중국어과), 여혜원(영어과) 양은 중학교 시절부터 틈틈이 영어 소설, 팝송, 드라마 등을 접하면서 영어에 익숙해진 학생들이다. 하지만, 영어 과목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이들에게도 빈칸 추론 문항은 어렵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기출문제를 풀 때도 특히 이 부분을 눈여겨보게 된다고 했다.
권 양의 평소 영어 학습 비중은 전체 학습량의 20~30%. 겨울방학 동안 가진 기출문제를 모두 풀어보는 게 목표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중복되는 부분들은 가급적 빨리 읽고 넘어간다.
권 양이 어휘를 공부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어려운 어휘와 자주 나오는 어휘를 구분해 다른 방법으로 공부한다. "기출문제집을 보다가 어려운 어휘가 나오면 표시해뒀다가 별도로 노트에 따로 정리하고 외우죠. 자주 나오는 단어들은 대체로 아는 단어들입니다. 그래도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소홀히 할 수 없어요. 따로 표시해 빠르게 읽어 나갈 때 한 번씩 보고 넘어갈 수 있도록 합니다."
여혜원 양은 한번 잘 챙겨두면 성적 변화가 크지 않다는 점 때문에 영어 과목이 좋다고 한다. 특히 어법이 그렇다. 고교 진학 무렵 꼼꼼히 학습한 덕분에 그 부분은 별걱정을 하지 않는다. 아직 2014학년도 수능시험에 대비한 EBS 교재가 모두 나온 것이 아니어서 이번 겨울방학 동안에는 지난해까지 출판된 EBS 교재 내용을 모두 소화할 작정이다.
여 양이 영어를 공부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그때그때 배운 내용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조금 귀찮다고 미루다 보면 나중에 감당할 수가 없을 만큼 공부해야 할 내용이 많아집니다. 어휘만 해도 학교 수업을 받거나 모의고사를 친 뒤 중요하다 싶은 것들은 바로 챙겨 외워요. 지문이나 예시문과 함께 생각하면 잘 외워집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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