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노믹스 '中企힐링' 데스크…봇물 터진 민원

입력 2013-01-28 11:39:00

소상공인·전통상인 현장의 목소리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를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에 맞춰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들이 부당한 규제개혁안 발굴에 힘쓰고 있다. 이달 24일 중기중앙회가 인수위, 정부 관계자와 함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를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에 맞춰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들이 부당한 규제개혁안 발굴에 힘쓰고 있다. 이달 24일 중기중앙회가 인수위, 정부 관계자와 함께 '손톱 밑 가시뽑기' 힐링데스크를 열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대구 달서구에서 열 표면처리를 하는 미래써모텍은 직원 25명이 근무하는 중소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40억원을 올렸지만 회사는 가파르게 오르는 전기료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배진범 대표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전기사용료가 지금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매출의 20%가 전기사용료로 쓰일 정도로 요금이 인상됐다"며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대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전기사용료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써모텍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열처리와 주조, 단조 등 뿌리산업 업체들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인데도 대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전기료가 부과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 개선의견을 냈다. 배 대표는 "1년 365일 하루 24시간씩 설비를 돌려야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중소기업에 전력을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대기업 기준으로 과다하게 비용을 책정하는 것은 중소기업을 죽이는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또 "전력요금 부담으로 중소기업이 생산단가를 올리려 해도 대기업들이 가만두지 않는다. 이런 부당한 제도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기업에 대한 경제정책을 강조하면서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이 그동안 받아왔던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규제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 우선, 근혜노믹스

중소기업중앙회는 24일 '손톱 밑 가시뽑기' 힐링데스크를 열었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행사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동안 모은 중소기업의 고충을 전달했다. 특히 '손톱 밑 가시'를 접수한 민원인 280여 명도 참석해 정부부처와 민원인 간 상담도 벌였다.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중앙회 차원에서 '손톱 밑 가시 힐링센터'를 2월 중 설치해 운영할 예정이다"며 "인수위도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민관 합동으로 손톱 밑 가시를 뽑기 위한 기구를 발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중시하는 '근혜노믹스'에 발맞춰 중소기업 관련 경제단체들이 먼저 규제개혁을 제시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26일 재계 총수들을 만나기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을 우선 면담하는 등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을 계속해서 드러냈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중심이 되도록 지원하겠다"며 "대기업이 부당하게 납품 단가를 인하하거나 중소기업이 힘들게 개발한 기술을 탈취하고 중소기업의 영역을 무분별하게 침해하는 횡포나 불공정 거래는 철저히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근혜노믹스에 맞춰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도 '손톱 밑 가시' 사례를 2월 1일까지 접수한다고 밝혔다. 이노비즈협회는 보증'금융기관의 횡포, 법률상의 괴리,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 불합리한 관행, 상거래상의 손실 전가, 비효율적 사례 등이 상당히 접수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역 규제개혁 움직임

대구지역 역시 규제개혁에 발벗고 나섰다. 대구상공회의소는 다음 달 15일까지 기업 규제 사례를 집중적으로 발굴한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손톱 밑 가시를 뽑는데 너나 할 것 없이 참여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상당수인 지역의 특성에 맞춘 규제개혁을 발굴해내겠다"고 말했다.

대구상의는 발굴된 과제를 정리해 대한상공회의소 규제개혁추진단과 중앙 관계 부처 등에 건의할 계획이다.

지역 중소업체들도 손톱 밑 가시를 뽑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구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은 대구지역 졸업앨범의 조달청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 계약) 실시를 요구했으며 외국인 채용문제 개선을 건의한 기업도 있었다.

지역 중소기업은 규제개혁 움직임이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지역 산업의 특성상 규제개혁에 따른 파급 효과가 다른 지역보다 클 수 있기 때문.

한 업체 대표는 "그동안 부당한 규제에 대해 항의하고 싶어도 마땅한 창구가 없었다"며 "인수위가 앞장서서 의견을 받겠다고 하니 이번이 기회라는 생각에 동조업계가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대기업 협력업체 또는 그 하청업체가 많은 지역의 특성상 조금만 규제개혁을 한다면 큰 효과가 날 것이다"며 "특히 자동차부품의 경우 완성차업체의 부당한 단가압력 등에서 좀 더 숨통이 트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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