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 원저/수경 지음/작은길 펴냄
또 '레 미제라블'이다. 지난 연말부터 이 소설은 뮤지컬, 영화, 음반, 서적 등으로 전국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서사시의 장엄한 감동이 물결 치고 있는 것이다. 분석해보면, 분명히 그럴 만하다. 보면 볼수록 우러나는 진한 감동이 밀려든다.
'장발장'(영화에서 휴 잭맨) Vs '자베르'(러셀 크로우)의 쫓고 쫓기는 질긴 인연. 법과 원칙,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던 자베르는 이를 뛰어넘는 장발장의 인류애와 희생정신에 감명받고, 자살을 선택한다. 시대적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마저 흔들리는 순간이 매번 반복된다. 이것이 대서사시가 주는 아름다운 감동이다.
작은길 출판사에서 '고전 찬찬히 읽기' 시리즈 두 번째로 출간한 이 소설은 원작의 스토리를 온전히 전달함과 동시에 현재적 다시 읽기를 시도하는 책이다. '민중'에 대한 굳건한 희망이 주된 메시지다. 언제나 앞장섬에도 좌절하고, 그러나 다시 일어서서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비참한 사람들(레 미제라블), 즉 이름없는 민중에게서 나옴을 직시한 작품이다.
이 책은 미리엘 주교 이야기로 문을 연다. 그는 일반 사제가 아니라 가톨릭교회에서 하나의 교구를 책임지는 높은 지위에 있었다. 미리엘 주교는 사회의 격랑을 피해갈 수 없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극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장발장은 성인과 같은 미리엘 주교를 만남으로 인해 하느님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원작의 절정은 1832년 6월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벌어진 시가전 장면이다. 이 사건은 역사적 사실이다. 원작의 저자는 그 속에서 민중을 봤다. 프랑스의 대문호는 자신이 창조한 소설 속의 주인공들을 그 역사적 사건 속에 모조리 배치하고, 인간으로서 존엄과 더 나은 삶에의 갈망과 위대한 공화국의 이상을 향해 발걸음을 떼게 하였다.
대체로 독자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도 원저에 들어 있다. 바로 '워털루 전투'(프랑스군이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에 패배한 전투)다. 위고의 작품 전체 구성을 보면, 2부의 첫머리를 여는 부분이다. 1부 마지막 부분에 코제트의 어머니 판틴이 숨을 거두고, 마들렌느라는 가명으로 살아가던 장발장이 자베르에게 체포되는 것으로 끝난다. 빅토르 위고는 이야기의 속개를 기다리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내버려 둔 채, 뜬금없이 장장 80페이지에 걸쳐 워털루 전쟁에 대해 풀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이 책이 주는 메시지(역사적으로 아픔을 겪는 프랑스)를 이해하는 하나의 탐사지도다. 296쪽, 1만4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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