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하락 빠르고 상향은 느려 대출 장애
대구 북구 복현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50) 씨. 그는 7년 전 학자금 대출 보증을 섰다 연체자가 됐다. 학자금을 대출받은 친척이 이를 갚지 못해 박 씨가 대출금을 떠안았기 때문.
결국 자신의 돈으로 2011년 말 학자금을 모두 상환한 박 씨는 지난해 음식점 운영자금을 빌리기 위해 여러 은행을 찾아 대출 상담을 받았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박 씨는 "은행 신용등급은 대출이 가능한 6등급인데 외부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서 제공하는 신용등급이 대출 부적격인 8등급으로 나와 대출을 해 줄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은행권이 대출요건을 강화하면서 서민들의 은행 문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역에 본부를 둔 41개 금융회사 여신업무 총괄 담당자를 대상으로 대출행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반 가계대출의 대출태도지수가 지난해 3분기 -7에서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9로 하락했다. 대출태도지수의 경우 값이 낮을수록 대출 심사를 엄격히 하겠다는 곳이 많음을 의미한다.
대구은행을 비롯한 국내 은행들은 대출 심사를 할 때 자체 신용평가 자료와 나이스신용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 등 외부 신용평가사들의 자료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은행들이 외부 신용평가사들의 자료를 활용하는 이유는 교차 검증을 통해 등급 판정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문제는 박 씨처럼 자체 신용등급과 외부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이 다른 경우다. 특히 한쪽에서는 대출 적격 등급(6등급 이상)으로, 한쪽에서는 대출 부적격 등급(7등급 이하)으로 평가되었을 경우 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은행 대출 담당자들은 "신용등급 평가가 엇갈릴 경우 어떤 자료를 선택할지 정해진 룰은 없다.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은행들이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쪽에서 부적격 등급을 받은 경우 사실상 대출이 어렵다는 것이 금융권 분위기다.
신용등급 하락은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반면 상승은 더딘 것도 서민들의 대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신용등급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체의 경우 발생 즉시 신용등급이 대출 부적격 등급으로 떨어지지만 떨어진 신용등급은 연체금을 모두 상환했더라도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연체 이력이 통상 3~6개월 정도 신용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연체 기간이 길거나 연체 금액이 많으면 연체 이력은 3년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대출장애를 받는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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