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흥의 이야기가 있는 음악풍경] 체 게바라여 영원하라

입력 2013-01-19 07:45:03

"세상은 왜?" 삼 년을 넘게 매주 토요일 밤, 팔공산 갓바위를 오르며 자신에게 묻고 또 되물었던 질문의 답은 결국 인도로 향했다. 모든 것이 엉켜 있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되는 것은 없었다. 이십 대를 송두리째 바친 젊은 날의 신념은 집안 내력인 고질병 앞에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고 삶의 궁핍함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 어느 것 하나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왜 내게 이런 일이 닥치는 것인지, 왜 세상은 이토록 불공평한 것인지, 도대체 선하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하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고 위로해주지 않았다.

한때 눈물로 서로 껴안았던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그나마 남았던 친구들마저도 자신의 나약함을 숨기려 서로 고통을 외면하기에 바빴다. 그렇게 꼬박 삼 년을 앓았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배낭을 꾸렸다.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서야 깨달음을 얻었던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어쩌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길인지도 몰랐다. 세계에서 가장 빈부 격차가 심한 도시 뭄바이를 거쳐, 아버지에게서 왕위를 찬탈한 아들이 스스로 힘으로 다시 나라를 세우고 싶어 천도했다는 도시 아우랑가바드,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바라나시, 천민의 도시라 불리는 부다가야, 그리고 또 다른 빈부의 도시 콜카타,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그는 없었다. 아잔타 석굴에는 그를 따랐던 승려들의 긴 고행의 흔적만이, 최초의 설법지 녹야원에는 그저 바람만이 낡은 철책을 흔들고 있었다. 사람들에게서 아니 세상으로부터 잊혀가고 있는 붓다. 그를 찾아온 한 달간의 긴 여행이 끝나가고 있었다. 콜카타의 박물관에서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머리가 잘린 석상이 되어 한구석에 초라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그를 보며 어리석은 중생은 당신의 뜻이 이것이냐고 통곡하고 말았다. 두려웠다. 그의 길은 정말 무엇이었을까?

1967년 10월 8일, 볼리비아 안데스산맥의 작은 마을 라이게라에서 한 사내가 죽음을 맞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차분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사내 앞에 총을 든 병사는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그때 사내는 병사에게

"쏴! 겁내지 말고! 방아쇠를 당겨!"라고 말한다. 그 사내의 이름은 체 게바라였다. 프랑스의 실존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는 '체 게바라(Ernesto Che Guevara, 1928~1967)'의 죽음 앞에 "우리는 오늘 우리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the most complete human being of our age)을 잃었다"고 슬퍼했다.

/우리는 당신의 용기가 죽음을 멈칫하게 만든 그 역사적 순간부터/당신을 흠모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당신의 강하고 역사 속에서 승리를 장담하는 손은/산타클라라 계곡이 당신을 만나기 위해 깨어난 그 순간에 더욱 빛납니다./당신의 웃음이 빛나는 깃발을 꽂기 위하여/당신은 봄날의 햇살로 산들바람을 태우며 옵니다./당신의 혁명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당신의 너무나도 단단한 해방의 가슴은/당신을 기다리는 새로운 세계로 향합니다./당신과 함께인 듯 우리는 여기서 전진합니다./피델과 함께 당신에게 선언합니다./영원히 당신은 우리들의 지도자라고./우리의 지도자 체 게바라여!/여기 당신의 존재가 갖는 선명하고 깊은 투명함이 남아있습니다.(솔레다드 브라보 노래 '체 게바라여 영원하라' 가사 해석 전문)

우습게도 인도의 마지막 일주일을 보낸 마더 데레사의 집에서 그를 만났다. 허드렛일을 도우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문득 그는 다가와 말했다. "세상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봐" 그랬다. 자신이 문제였다.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몸을 주무르며 던진 연민의 질문은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행여 지금껏 무엇을 바라고 이 자리에 서 있었던 것은 아닌가? 불현듯 무엇엔가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을 바라는 것이 아닐진대 나의 사랑을 받아달라고 소리치며 살아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벌써 십 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아직도 선연한 그날의 물음은 가슴에 각인되어 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사람을 뜨겁게 사랑한 그들을 떠올린다. "제 갈 길을 가라 남이 뭐라든."

전태흥 미래티앤씨 대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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