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망명한 독재자, 팔레비 이란 국왕

입력 2013-01-16 07:43:49

1979년 오늘 오후 1시 이란의 수도 테헤란 공군기지에서 한 대의 비행기가 이륙했다. 독재자의 대명사인 팔레비 이란 국왕이 직접 조종하는 보잉 727기는 이집트로 쏜살같이 달아났다. 1시간 뒤 국영방송에서 팔레비 망명 소식이 보도되자 이란 국민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팔레비 국왕의 일생은 쿠데타와 친미(親美), 독재와 부패 등의 단어로 압축된다. 그가 처음 왕위에 오른 것은 1941년. 22세의 젊은 나이에 부친 대신 왕위를 물려받았지만 권력은 보잘 것 없었다. 1953년 중동에서 처음으로 석유 국유화를 단행한 민족주의자 모사데그 총리를 제거하기 위해 미국이 조종한 쿠데타 덕에 권력을 잡으면서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비밀경찰 사바크를 동원해 무자비한 철권통치를 자행하는 한편 야심 찬 근대화 계획을 세웠다. 이란을 세계5대 강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백색혁명'은 성과도 있었지만 국민의 큰 저항을 불러 일으켰다. 종교계와 국민의 반발은 1979년 이슬람교 혁명으로 이어져 팔레비 정권을 무너뜨렸다. 이후 이란은 종교지도자 호메이니가 집권하면서 노골적으로 '미국 타도'를 외치는 반미 국가가 됐다. 팔레비는 복권을 노리다 모로코, 미국, 파나마 등지를 전전하다 1980년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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