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다녀왔으면…" 그토록 바라는 건 '일상의 소소한 것들'

입력 2013-01-12 08:00:00

호스피스 병동 시한부 삶 환자들의 단 한 가지는?

죽음을 앞둔 이들의 버킷 리스트는 어떨까. 계명대 동산 의료원 74병동. 일명 호스피스 병동이다. 말기암 환자 등 죽음을 눈앞에 둔 이들이 보다 평온하게 삶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 책임자인 이경옥 수간호사는 누구보다 죽음을 자주 접한다.

그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실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소망은 소박해진다. 떼돈을 벌겠다거나 세계여행을 하겠다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공기나 물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그들의 버킷 리스트에 오른다. "대다수의 환자들은 죽기 전에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합니다. 매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환자는 (뱉어 내더라도) 국물이라도 먹어보고 냄새라도 한 번 맡아 보면 행복해 합니다." 이 밖에도 아이들과 함께 가벼운 산책을 나가는 것이 소원이라는 환자와 바닷가를 구경하고 싶어하는 환자들, 종교에 귀의하고자 하는 환자들도 있다.

죽음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 환자들 거의 대부분은 자신이 살던 집에 가보고 싶어한단다.

"살아온 곳을 돌아보고 싶은 귀소본능이 반드시 생기는 것 같아요. 일단 집에 갔다 오면 고통스런 죽음을 편안하게 맞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많은 환자들이 첫 번째 리스트에 올려놓는 것은 가족과의 '화해'다.

이곳에서 11년째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환 씨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환자들 중에는 의외로 살아가면서 쌓인 게 많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 바로 가족 간의 불화다. 많은 환자들이 죽음을 앞두고 연락이 끊긴 가족과의 만남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에게 버킷 리스트를 물었다. "내게 버킷 리스트는 없습니다. 적어도 오늘 하루 환자를 살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우리 모두 죽습니다. 그런데 현대인은 죽음에서 소외돼 있습니다. 너무 자연스런 과정인데 죽음을 터부시하고 있어요. 무엇 때문에 아옹다옹해야 하나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 보면 바로 내일 죽음이 와도 별로 달라질 게 없어요. 누구나 바로 등 뒤에 죽음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최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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