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 입안에 깊이 참여했고 이명박 정부의 지역발전 5개년계획 수립 실무를 총괄한 사람으로서 지역정책에 관해 몇 가지 소감을 적고자 한다.
현재의 지역정책에 대한 진단과 새누리당의 지역정책 관련 공약에 대한 비평이 골자다.
헌법 123조 2항은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기조에 맞게 계획, 예산, 조직을 종합적으로 갖추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 참여정부다.
참여정부는 기업도시 조성 등 현실을 무시한 토목사업과 그에 따른 부동산 가격 폭등 등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지역정책의 기본 틀을 처음으로 짰다는 점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명박 정부의 지역정책도 참여정부의 틀과 크게 다를 바 없다. 5+2 광역경제권별 선도산업육성사업, 연계협력사업 등을 새로 추진했고 외견상 예산 투입액도 늘어났다.
그러나 국민 일반의 인식은 지역균형발전정책이 현저히 퇴보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두 가지다. 정부 정책 의제 중에서 우선순위의 대폭 하락과 지역발전위원회의 위상 저하이다. 참여정부에서 지역균형발전은 4대 최상위 정책목표 중 하나였으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21대 전략 중 '섬기는 정부'의 하위 과제로만 다루어졌다. 지역발전위원회는 지역사업에 대한 사전 심의권을 상실하였고, 위원장의 지역균형발전 의지와 권능도 현저히 약화하였다.
최근의 국내'외 환경 변화는 앞으로 지역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임에도 이에 대한 제약은 심화하는 딜레마적 상황을 낳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총인구 및 고급인재의 집중 심화, 글로벌화 수준 및 혁신역량의 지역 간 격차 심화 등은 지역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음을 말한다. 반면, 국내'외 경제 침체 속에 복지재정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지역정책을 위한 재원은 더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영역 중 한 영역으로서 지역정책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그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지역 간 갈등을 예방하려면 지역정책의 큰 틀 즉 패러다임에 대한 합의 형성과 기본방향 정립이 요구된다. 지역정책의 체계, 적정 공간범역, 추진전략이 지역별 효율성과 지역 간 형평성의 동태적 조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짜여야 한다.
역대 정권 인수과정을 보면 비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생경한 구상을 내놓지만 그러한 구상들이 실제 계획 입안과정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상당 부분 정제되는 과정을 거쳤다. 새누리당의 지역정책 공약도 이러한 정제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공약을 보면 전국 16개 시'도별 숙원사업들을 나열해 놓은 듯하다. 8대 핵심정책 중 첫 번째인 동서통합지대 조성은 이명박 정부 공약이었던 '남부권 제2수도 건설'과 마찬가지로 현실성이 떨어진다.
인구 및 잠재성장률 감소 추세를 고려하지 않은 하드웨어 사업이기 때문이다. 평화지대 프로젝트, 낙후지역 휴양'관광벨트 구축 등도 이전 정부에서 구상되었지만, 현실성이 떨어져 구체화 되지 못한 것들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지역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지역 간의 격차 완화에 대한 인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도권의 인구 및 경제력 집중현상은 여전하다고 진단하면서도 그간의 지역균형발전 시책들이 별 성과가 없었다고 치부하면서 지방이 각자 스타일로 발전해가야 한다고 한다.
진단에 따른 처방을 제시하지 않은 채 환부를 외면해 버리는 느낌을 준다. 수도권+대전권과 여타 권역 간의 심각한 혁신역량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언급이 없고, 산업'인재'과학기술의 유기적 연계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를 구현할 적정 공간범역에 대한 고려가 없다.
지역의 낙후성이 지역의 자율성 부족에 기인한다고 보는 것도 단견이다. 지역 자율에만 맡겨둘 경우 낙후지역과 선진지역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현재의 공약에는 지역발전에 대한 철학, 패러다임, 전략이 일관성 있게 제시되지 못하였다. 전문가들의 중지를 모아서 이를 보완하는 것이 인수위의 당면 과제이다. 차기 지역발전위원장 또한 지역정책의 정체성에 대한 안목을 갖춘 인사가 맡게 되기를 기대한다.
장재홍/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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