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광장] 청년이 희망이다.

입력 2013-01-08 10:43:33

올겨울 한파가 매우 매섭다.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옷깃을 올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게 만든다. 추운 겨울 우리를 더 춥게 만드는 소식들이 들려온다. 잇단 청년들의 자살 소식이다. 작년 성탄절 한 명의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유는 취업난으로 인한 스트레스였다. 그 며칠 전에는 또 한 명의 청년이 같은 이유로 죽음을 선택했다. 이들은 모두 20대 후반의 나이에 불과했다. 인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청춘시절에 그들은 삶 대신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실제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었다. 그야말로 '자살 공화국'이다. 지금 청년들의 삶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청년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불편한 시선은 현 세태를 반영한다. 일을 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어 교육이나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Training),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종속된 자녀를 일컫는 '캥거루족'과 같이 청년세대를 표현하는 수식어들은 '잉여인간'으로 전락해버린 청년들의 서글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어른들은 주위에 무심하고 나밖에 모르는 젊은 친구들을 향해 "요즘 애들 버릇없어"라며 혀를 차기 일쑤다. 기성세대에게는 근심과 걱정거리로, 사회에서는 처치 곤란의 대상으로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청년들. 우리 청년들에게 2013년, 희망의 빛은 있을까?

필자는 해마다 대구지역 청년들과 함께 '사랑의 몰래산타'라는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에는 포스터와 현수막을 보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친구의 추천으로 참가 신청을 한 자발적 봉사자가 800여 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사회현상에는 무심하고 자기만 아는 천덕꾸러기의 모습이 아니었다. 재기 발랄하고 열정과 패기로 가득 찬 청년 본연의 모습이었다. 크리스마스에 사람이 모일까? 이웃들에게 관심이 있을까? 물음표로 시작한 활동이 '우리 사회에 온정은 남아있다! 청년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느낌표로 확신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고 정성을 모아 아이들에게 기쁨을 안겨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모습에서 나는 희망을 발견한다. 필자에게 '몰래산타'는 청년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해준 작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다. 아이들이 산타를 기다리며 착한 일을 하듯 청년들도 다가올 미래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공동체를 배워가고 나눔과 연대라는 소중한 가치를 깨달으면서 말이다.

지금의 청년들은 실패한 세대가 아니다. 단군 이래 자기계발을 가장 많이 하는 세대, 모든 것을 놀이문화로 바꿔 진정 즐길 줄 아는 세대,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세대가 지금 청년들이다. 다만 지금의 현실이 그들이 넘기에는 잠시 벅차 보일 뿐이다. 진짜 문제는 '스펙'이란 틀로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사양을 나타내듯 획일화된 모습만을 강요하는 사회의 모습과 경쟁을 강요하면서도 이기적이고 주위에 무관심하다고 비판하는 이중 잣대가 문제이다. 또, 현실이 너무 어려우니 꿈은 접어버리고 적당히 맞춰 살라고 하는 기성세대의 시선이 문제이다.

러시아 소설가 고골리는 "청년은 미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있다면 전력을 다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청년의 본성이다. 아무것도 살아남지 않을 것 같은 혹한기를 이겨내고 춘삼월에 꽃 피듯, 무수한 난관을 이겨내고 끝내 꺾이지 않을 청년들을 믿는다. 순간의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여전히 청년이 우리의 희망이다.

박석준/대구청년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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