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끌·꽈당∼ 지붕없는 지하철역 '위험천만'

입력 2013-01-07 10:42:08

이용객 낙상사고 빈발

지붕 덮개가 없는 대구도시철도 역 출입구에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엔 미끄럼 사고 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폭설이 내린 지난해 12월 28일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출입구 에스컬레이터가 작동을 멈추자 시민들이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지붕 덮개가 없는 대구도시철도 역 출입구에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엔 미끄럼 사고 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폭설이 내린 지난해 12월 28일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출입구 에스컬레이터가 작동을 멈추자 시민들이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주부 김경현(31'대구 달서구 감삼동) 씨는 12월 29일 대구 도시철도 2호선 감삼역 계단에서 큰일 날 뻔했다. 출입구 계단 가장자리에 쌓인 눈 때문에 난간을 잡지 못하고 가운데로 계단을 내려가다가 중심을 잃고 미끄러진 것. 지하철역에 들어서기 전에 밟은 눈이 신발 바닥에 낀 상태에서 눈으로 얼어붙은 계단을 내려가다가 생긴 일이었다. 그는 급히 난간을 잡은 덕분에 서너 계단을 엉덩방아를 찧은 것에 그쳤지만 안고 있던 어린 딸과 함께 큰 사고가 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 씨는 "출입구에 지붕이 있거나 계단에 미끄럼방지 장치가 있었더라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도시철도 각 역 출입구에 캐노피(지붕 덮개)가 설치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눈'비에 젖은 에스컬레이터가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얼어붙은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낙상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

◆옥외 에스컬레이터 고장 잦아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대구도시철도 1'2호선 258개 출입구 가운데 옥외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곳은 103곳으로, 이 중 62곳에만 캐노피가 설치돼 있다.

옥외 에스컬레이터가 있지만 캐노피가 없는 출입구는 눈이나 비를 피할 수 없어 고장이 잦다.

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옥내 에스컬레이터의 장애 발생건수는 1대당 평균 2.16건이지만 옥외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1대당 평균 3.48건으로 나타났다.

2011년에는 91대의 옥외 에스컬레이터 보수비에만 4억8천900만원이 들었다. 옥외 에스컬레이터 한 대 당 보수비가 연간 평균 537만원이 든 것이다. 같은 기간 옥내 에스컬레이터(216대)에 2억4천900만원의 보수비를 지출해 대 당 평균 115만원을 지출한 것과 비교하면 캐노피가 없는 에스컬레이터의 보수비가 4.7배 더 드는 셈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캐노피 1개 당 7천만원 정도 드는 예산도 문제지만 출입구 주변 상인들이 간판이나 상점을 가린다며 캐노피 설치를 반대해 캐노피를 설치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며 "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올해 말까지 옥외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됐지만 캐노피가 없는 41곳 출입구 전체에 캐노피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단 출입구에 미끄럼 방지시설 만들어야

계단이 있는 출입구의 경우 캐노피가 없어서 눈'비가 온 뒤 계단 표면이 얼어붙어 안전사고의 위험이 크다. 어린이나 노약자뿐만 아니라 바닥 마찰이 작은 신발을 신은 사람들에게 눈 쌓인 계단, 얼어붙은 계단은 사고가 나기 쉬운 곳이 될 수밖에 없다. 난간을 붙잡고 옆으로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딛지만 자칫하면 계단 아래로 구르기 십상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5~8호선 157개 역 출입구 752개소 가운데 251개소에 캐노피를 설치했으며, 지난해 5월 캐노피가 없는 외부 출입구 501개소 중 계단이 있는 464개소에 논슬립을 설치했다. 논슬립은 눈이나 비 등 물기에도 잘 미끄러지지 않는 특수 소재를 외부 출입구 계단 모서리 부분에 부착해 넘어짐 등 안전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한 시설이다. 하지만, 대구에는 아직 이 같은 시설이 없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측은 시민 안전을 고려해 조만간 미끄럼방지시설을 도입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신원철 시설처장은 "최근 시민 안전을 위해 도시철도 역사 출입구에 논슬립, 고무판, 흡착포 등을 시범설치해 장'단점을 비교분석했다"며 "분석 결과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는 등 사업에 반영해 캐노피가 설치되지 않은 역을 중심으로 미끄럼방지장치를 도입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내년 완공을 앞둔 도시철도 3호선 역사 출입구에도 캐노피 설치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우려와 주변 상인의 반대가 극심한 탓에 설계'심의 단계에서 결정이 번복되기도 했다. 안용모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은 "도시 경관과 주변 상인의 반대로 캐노피 설치에 대한 검토가 늦어졌지만, 시민 안전과 시설 안정성을 고려해 캐노피와 논슬립 제품 등을 설치하려고 중앙부처와 긴밀히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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